[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의대정원 증원에 전공의 대거 이탈, 의료현장 혼란… 의·정 대화 복원해 풀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의대정원 증원에 전공의 대거 이탈, 의료현장 혼란… 의·정 대화 복원해 풀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2.26 09:30
  • 호수 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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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이탈하고 전국 의대 재학생 중 절반가량이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의료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월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더불어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으로, 하루 전보다 211명 늘었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또한 복지부 장관 명의로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이로써 ‘빅5’로 불리는 주요 대형병원은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이고 있는 상태다. 수술 취소·연기 등 58건의 피해 신고가 보건복지부 신고센터에 접수되기도 했다. 

현재 전문의와 전임의(펠로우)가 전공의를 대신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의료 현장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병원들은 예고했던 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고,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는 상태다. 환자들의 피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의 연쇄 사직이 가시화되고 정부가 관련 전공의들에 대한 강력대응을 경고하고 나서자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대한의학회는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우리나라 필수의료체계 유지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후배 의료인이자 제자인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의 휴학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총 27개 의대에서 휴학계가 제출된 것. 교육부에 따르면, 2월 21일까지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전체 재학생(1만8793명)의 62.7%에 해당하는 1만1778명이다.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까지 10개교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단체 행동이 장기간 이어지면 학생들은 집단 유급할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이 부여된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이 같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의대 증원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지난 30여 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다”며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2000명)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OECD 평균에 비해서 인구당 의사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 수가 적다는 것이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부족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인데, 한국은 적은 의료비용으로 접근성이 월등히 높은 나라로 분류돼 있다.

의사 수의 증가는 새로운 의료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한 나라의 의사 수는 미래 인구변화와 의료수요,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측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2025학년부터 늘린다는 계획만 뚜렷할 뿐이다. 이마저도 상세한 증원 규모는 베일에 싸여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도 분만 이외 분야로 확대한다고만 돼 있지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전문의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국가가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세부계획이 없다.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인 필수·지역의료 기피, 의료전달체계 붕괴 해결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개혁 방안들의 나열만이 아닌 정책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의료계와 정부는 열린 자세로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각자 한발씩 물러나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접점을 찾는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통해 세부적 설계의 대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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