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24
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24
  • 관리자
  • 승인 2009.10.23 15:26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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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가 상조사업에 손 댄 배경
1984년 복지부로부터 노인복지상조회 사업 위임받아 운영
1990년 중반부터 금전사고 일어나는 등 골칫거리 전락


1970년대 접어들면서 저소득층 노인이 많이 모이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사설 노인상조회가 난립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노인이 날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노인상조회는 같은 지역에 사는 노인들이 각자 매월 1000원씩 거둬 적립했다가 회원이 사망했을 때 규정된 지급기준에 의한 금액을 유족에게 부의금으로 보내는 취지의 조직으로, 구상이나 목적에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제도였다.

다만 이러한 조직의 운영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었다는 점, 그 운영자 중에 재정 능력이 없는 자들이 자신의 생계수단으로 이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조직에 가입했던 선량한 노인들만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 전국적으로 노인들이 이러한 유형의 상조회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보게 된 사례가 속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인상조회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1984년 7월,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노인상조회에 관한 검토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1984년 7월 현재 서울시내에는 22개소의 노인상조회가 있었고, 그 조직에 가입된 회원수는 2만3000여명이었다. 지방에서 조직된 상조회까지 합하면 회원수는 10만명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보고서는 상조회의 문제점으로 첫째, 운영상 불성실한 관리로 인해 기금의 무단유용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염려가 있고, 둘째, 순수한 상조의 취지와는 달리 운영자에 따라서 영리추구의 가능성이 있고, 셋째, 금전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없어 자칫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넷째, 상조회가 난립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을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1984년 8월 3일 ‘노인복지상조회의 개선방안’이란 문건을 발표했다. 공신력 있는 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경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이비 상조회는 자연히 퇴조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전국 조직을 갖춘 사단법인 대한노인회가 회원의 복지증진과 상조정신 조장을 위해 소규모의 지역단위로 이를 조직, 내실 있게 운영함이 바람직하다. 단, 기존 상조회 조직은 관할 시도지사로 하여금 수시 행정지도를 통해 건실하게 운영되도록 계도하고 점진적으로 대한노인회에 흡수, 운영되도록 유도한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상조회와 관련해 대한노인회장 앞으로 보낸 공문을 통해 “귀회가 주관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해 조속한 시일 내에 당부와 협의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골치 아픈 상조회 문제의 해결책을 대한노인회에 위임한 셈이다.

대한노인회는 노인복지상조회의 운영계획을 작성,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전국적으로 이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대한노인회가 작성한 운영계획에 의하면, 기본방침으로는 대한노인회의 조직과 기능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한다.

시군구 단위로 1개소씩 조직한다. 본 사업내용을 반상회 또는 TV, 신문, 라디오 등을 통해 널리 홍보한다 등이었다. 또, 사업내용으로는 회원이 사망시 그 가족에게 부의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장의용 차량 및 장의용품을 실비로 제공해 주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한노인회는 보건복지부의 권고를 받아들려 노인복지상조회 운영규정을 제정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조회의 회장은 시군구지회장이 되고, 간사는 동 지회의 사무국장이 겸임하도록 한다. 사무실은 지회사무실과 분리해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

상조회를 설치하고자 하는 지회는 반드시 시도연합회장의 설치허가를 받아야 하고 연합회장은 그 결과를 중앙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상조회 업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비용은 기금의 이자수입에서 지출한다. 상조회는 1개조를 1000명씩으로 한다. 회원 중 사망자에 대해서는 일금 100만원씩을 조의금으로 지급한다. 회원은 매월 1000원씩 기금으로 납부한다.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위와 같은 운영규정을 마련해 1985년 1월, 산하 전국조직에 시달했다.

대한노인회는 상조회 사업에 착수한 이후 회원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이 호 회장의 임기가 끝날 무렵인 1988년 6월에 발표된 상조회 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산하 조직 중 52개 지회에서 상조회를 운영했고, 가입회원 수는 5만3000명, 기금적립액은 62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상조회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회원의 입장에선 매월 푼돈을 적금했다가 나중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고, 지회도 적립된 기금의 이자수입 중 일부를 직원들의 인건비로 충당할 수 있어 산하 경로당 회원들에게 상조회 가입을 적극 권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백창현 회장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대한노인회가 운영하는 상조회도 계속 금전사고가 일어나 법정으로 이어지는 등 초창기 미처 예상치 못했던 복잡한 문제가 연달아 발생, 노인회도 상조회가 하나의 골칫거리가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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