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상하이대첩 재현한 ‘신공지능’ 신진서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상하이대첩 재현한 ‘신공지능’ 신진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3.04 10:50
  • 호수 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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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999년 처음 시작한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매년 한‧중‧일에서 각각 5명씩 선발해 우승 국가를 다투는, ‘바둑 삼국지’라 불리는 국가 대항전이다. 

한 경기의 승자가 계속 둬 다른 두 나라에 더 이상 기사가 남지 않을 때까지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한국A 기사가 중국A 기사를 이기면 그 다음에는 일본A 기사와 경기를 펼친다. 여기서도 이기면 다시 중국B 기사와 대결을 펼친다. 이때 중국B 기사가 이겼다면 중국B 기사는 일본B 기사와 대결을 펼치고 여기서 일본B 기사가 승리하면 다시 한국B 기사와 붙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 대결을 펼쳐 한‧중‧일 중 두 국가에서 남은 기사가 없을 시 우승팀이 결정된다. 

지난해 24회까지 진행된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15번이나 우승했다. 특히 1회부터 6회까지 연속 우승을 달성했는데 이때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은 기사는 늘 이창호 9단이었다. 6연속 우승 당시 가장 유명했던 건 6회 대회다. 우리나라는 이창호 9단 앞에 출전한 기사들이 연달아 패배한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3명, 2명의 기사가 남아 있었다. 

여기서 그 유명한 홀로 쓸쓸히 대국장으로 향하는 이창호 9단의 사진이 등장한다. 담소를 나누며 밝은 미소로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던 중국기사들과 대조되며 더 큰 인상을 남겼다. 이창호 9단은 벼랑 끝에서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상하이대첩’을 완성했다.

지난 2월 23일 막을 내린 25회 농심배 대회에서 ‘상하이대첩’이 또 한번 재현됐다. 이번에 한국팀의 마지막 수문장으로 나선 건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 9단이었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 셰얼하오 9단이 초반에 7연승을 달렸다. 그 사이 한국 기사 4명이 1승도 못하고 다 탈락했다. 신진서 9단이 바둑판 앞에 섰을 때 셰얼하오 9단을 비롯한 중국기사 5명이 전부 생존했고 일본 기사도 한 명이 남아있었다. 

이창호 9단이 상하이대첩을 완성했을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신진서 9단은 침착했다. 지난해 12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셰얼하오 9단을 꺾은 그는 2월 19일 최종라운드가 진행되는 상하이로 향했다. 우승을 위해서는 일본의 에이스 이야마 유타 9단을 시작으로 중국의 강호 4명을 연달아 꺾어야 했다. 신진서는 이야마 유타를 넘어서고 20일부터는 중국 선수들을 차례대로 눌러나갔다. 23일 최종국 상대는 중국 1위 구쯔하오 9단이었다. 지난해 란커배 결승전에서 신진서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거뒀던 강자다. 신진서 9단은 유리하게 대국을 펼치다 큰 실수를 해 경기를 그르치는 듯했지만 승부수를 던져 결국 재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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