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한노인회의 성금 모금(募金)”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한노인회의 성금 모금(募金)”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3.04 11:01
  • 호수 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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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이념은 모든 걸 초월한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양심을 비양심으로, 진실을 가짜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최근에 기자는 가까이 지냈던 신문사 선배 두 사람과 점심을 했다. 80대 초반의 두 선배는 호남 출신으로, 최고학부를 나와 신문사에서 각각 부장을 지내고 퇴직했다. 

기자는 두 선배에게 “‘건국전쟁’을 봤느냐”고 물었다. A선배는 봤고, B선배는 아직 보지 않았다고 한다. A선배는 “그 영화 덕에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일들이 잘못 됐다는 걸 알았다”라며 “한강다리 폭파로 서울을 빠져나가던 피난민 수백 명이 몰살당한 줄 알았는데 영화에서 보니 다리 밑에 설치된 부교를 안전하게 건너던데”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익숙했던 교과서 속의 그 사진, 개미떼처럼 달라붙어있던 한강다리 흑백사진은 실제로는 북한의 대동강 철교였다”고 덧붙였다.  

A선배는 “3·15 부정선거가 이승만의 정권욕 때문에 벌어진 줄 알았는데 상대 후보였던 조병옥이 병사하면서 이승만은 대통령으로 확정됐으니 (선거를)조작·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기자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뉴욕 ‘영웅의 거리’에서 오픈카를 탄 이승만이 100만명의 미국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 카퍼레이드 장면”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영화를 안 본 B선배는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기자는 “혹시 진보좌파?” 느낌이 들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시대 좌·우를 가르는 키워드가 ‘이재명’이란 개인적 판단에서다. 역시나 B선배의 대답은 “이재명을 지지한다”였다. 그러자 A선배가 “나는 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그 사람의 인성이 안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도 “그 사람이 대장동·백현동 등 7가지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았느냐”고 하자 B선배는 “검찰이 2년 가까이 탈탈 털었지만 돈 받았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두둔했다. 

기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념에 빠지면 지식인일지라도 가치와 양심, 정의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왜냐면 B선배는 선량하고, 충직하고, 정직하게 기자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승만의 정치 일대기를 다룬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보는 국민 시각도 이념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린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영화가 70년 세월 동안 이승만에 대한 편향·왜곡·날조된 비난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이승만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가 ‘농지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공산정권은 1946년 소련 군정 하에서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지주로부터 땅을 무상으로 빼앗아 소작인들에게 나눠줬다. ‘인민의 적’으로 낙인찍힌 지주들은 더 이상 북한에 남을 수 없어 6·25전쟁 중 남쪽으로 피난했다. 그 수가 300만명을 넘었다.  

이승만도 농지개혁을 했으나 북한과 질적으로 달랐다. 이승만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택했다. 3정보 이상의 농지를 소유한 지주들은 초과분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팔고,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토지를 배분 받고 그 값을 정부에 내는 방법이었다. 정부는 ‘지가증권’이라는 국채로 지주에게 땅값을 주어 그 국채로 일본인이 소유했던 공장 등 적산기업을 불하 받아 기업인으로 새 출발하도록 했고, 소작인은 땅을 소유한 자작농이 돼 그 땅값을 정부에 장기 분할 상환하여 해결하게 했다. 이 농지개혁으로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민을 만족시키고, 동시에 농지를 몰수당할까 걱정하던 지주들도 만족시켜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은 “1978년 9월에 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행정처가 주최한 농지개혁 회의에 참석해 주최 측의 요청을 받고 농지개혁 성공 사례 발표를 했다”고 기억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주인공이다. 그런 대통령을 기억하는 기념관 하나 없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노인은 동시대의 역사를 후손에 정확하게 남겨야 할 책무가 있다. 이승만 기념관 설립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이다. 대한노인회는 튀르키예 지진 당시 1억20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후손에게 올바른 역사를 물려주는 일이 과연 튀르키예 지진보다 덜 소중하고 덜 의미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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