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살 속까지 파고들어
칭칭 옭아맨 세월도 녹이 스는 동안
결코 묶어 둘 수 없는
희망 한 뿌리가 자라고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묶여 있었을까. 철삿줄은 녹이 슬고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떼어내기도 어렵게 되어간다. 저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집착을 어쩌란 말인가. 다 삭아 내려 끊어질 때까지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렇다고 누군가 와서 끊어 줄 것 같지도 않다. 처음 저렇게 묶어 놓고 습관처럼 그만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나 몰라라 방치해 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홀로 견딜 세월을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묶어두려 할수록 벗어나려는 의지는 더 강해지는 법이다. 있는 힘껏 강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저 집착도 녹이 슬어 제 스스로 끊어질 것이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희망으로 자라면 된다. 그렇게 다시 자라서 하늘 높이 솟아올라 교목이 되면 된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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