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복지재단 “치매 인한 교통사고, 지자체서 보상을”
경기복지재단 “치매 인한 교통사고, 지자체서 보상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3.04 13:50
  • 호수 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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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안전보험 활용한 방안 제안

日 고베시 2019년 도입… 국내 익산‧천안시도 지원

그림=연합뉴스
그림=연합뉴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가족 없이 혼자 살던 한 치매 환자가 거리를 배회하던 중 무단횡단으로 사고를 유발한다. 다행히 운전자가 빨리 발견해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치매 환자는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고 자동차 역시 경미한 파손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 배상해야 할까. 가장 책임이 큰 것은 ‘치매’지만 질병에게는 과실을 물을 수 없기에 결국 환자와 운전자가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전국의 지자체들이 가입하고 있는 ‘시민안전보험’ 등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경기복지재단은 최근 ‘경기도 치매시민 안전보험(안) 제안’(연구책임 김춘남 연구위원) 보고서를 발표하며 치매환자로 피해를 입은 제3자를 구제하기 위한 ‘치매시민 안전보험’ 도입을 제안했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추정치매환자수는 100만명으로 노인 10명 중 한 명 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병증이 진행될수록 신체적, 환경적 위험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 여러 사고에 노출된다. 실제로 경찰청의 실종 치매환자 사망현황을 보면 7년 간(2016년 3월~2023년 6월) 761명이 배회하다가 사망했다. 치매증상으로 한 해 평균 1만명 이상이 실종되는 것을 감안하면 1%(100여명)는 숨진 후 발견되는 셈이다.

집밖에서 치매 노인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 교통사고다. 가정 내 사고의 경우 가족들이 책임을 지지만, 집밖에서 벌어진 사고의 경우 오랜 간병으로 경제‧신체적 부담을 지고 있는 보호자에게 과실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자체에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추세다. 일본 고베시의 경우 2019년부터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치매 환자로 인한 사고에 대한 ‘사고 구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베시민이 연간 400엔(약 4000원)씩 부담해 마련한 제원으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치매 환자가 일으킨 사고에 대한 위문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상책임보험 방식은 아니지만 전북 익산시가 2022년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치매 안전사고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익산시 치매 안전사고 지원 조례’를 근거로 실시하는 이 제도는 치매환자(기초생계·의료급여 수급자)의 부주의로 인해 타인에게 물적 손해를 끼쳤을 때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해 5월에는 충남 천안시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최대 지원액은 500만원으로 익산시와 차이가 있다.

여기에 더해 경기복지재단은 ‘시민안전보험’을 활용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많은 지자체는 ‘자전거보험’ 등 일상생활 중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보장항목은 상이하다. 가령 서울시의 경우 올해 자연재해 사망, 화재·폭발 사망 및 후유장해, 대중교통사고 사망 및 후유장해, 어린이·노인보호구역 교통사고 부상치료비 등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는 자연재해, 화재, 폭발, 붕괴, 대중교통, 스쿨존 등을 보장한다. 단, 부산은 사회재난‧감염병을, 대구는 강도상해‧실버존‧전세버스 항목을 보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부 농촌 지역의 경우 농기계 사고 상해를 보장해주는 곳도 있다.

다만 전국적으로 홍보가 부족해 현재까지 활용도는 낮다. 서울에서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2020∼2022년,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사망자 2명을 포함, 부상자는 총 23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해당 기간 시민안전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은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했다. 

복지재단은 시민안전보험에 치매 관련 보장 내용을 추가하거나 독자적으로 치매 전용 시민안전보험을 드는 형태로 관련 사고로 인한 보상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복지재단 연구진은 “익산·천안시 사례와 같이 조례 제정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이나 민간보험사를 활용한 집단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 주도의 전국적인 시행이지만 현시점에서 바로 시행이 어려울 경우 각 지자체 차원에서의 조기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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