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청북도 도지사 “1시간 소일거리로 일하는 기쁨과 보람 느끼게 해드릴 터”
김영환 충청북도 도지사 “1시간 소일거리로 일하는 기쁨과 보람 느끼게 해드릴 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3.08 10:39
  • 호수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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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텃밭서 깨·두릅 재배… 마늘 까서 가져오면 道가 팔아주겠다

전국 유일 출산율 증가·최단기 투자유치 실적 등… 道 역사 새로 써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어르신들 지나온 삶을 영상으로 남기시길 부탁드린다.”

지난 2월 말, 김영환(68) 충청북도 도지사는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충북의 노인들에게 이 같이 부탁했다.  김 도지사는 “어르신들이 찍어온 영상자서전을 청남대의 한 공간에 모아놓고(영상 콘텐츠 아카이브)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들어와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영상을 장례식장에서도 틀어주고 하면 전국의 어르신들이 충북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 확산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도지사는 또 “1시간짜리 소일거리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경로당에서 화투 칠 정도의 기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했다.

김영환 도지사는 연세대 치의대 출신으로 8년여 치과의사로 활동했다. 노동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그 후 정계에 입문해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4선 국회의원으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 몸담았다. 지난 2022년 7월, 제36대 충북도지사 선거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어르신들께 영상자서전 촬영을 권하고 있는데 계기라면.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쉬움이 크다. 아버지는 중국집 주방장을 하는 동안 화덕의 연기를 흡입한 탓에 건강을 잃어 60도 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시장에서 장사하며 고생을 많이 하셨다. 가장 큰 소망 중 하나가 두 분 생전의 모습이나 육성을 듣는 것이다. 경로당에 계신 어르신들 모두가 당신들만의 체험과 지난 시간을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참전용사들의 영상자서전도 장려한다고.

“6·25참전유공자회 충북지부장님이 저를 찾아와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인상을 요구했다. 그 자리에서 원하시는 걸 해드릴 테니 대신 회장님부터 전쟁 당시 겪은 일을 영상으로 남겨달라고 말씀드렸다. 그 결과 많은 분들이 영상 콘텐츠 제작에 동참했고, 현재 8000여명 어르신들의 생생한 기록을 충북영상자서전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농촌이나 도시에서 근로자를 구할 수 없고, 지방대학이 줄면서 젊은이들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집에서 택배로 반찬거리를 사먹는 요즘 누가 재래시장에서 옛날처럼 장을 보겠는가.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다. 온몸으로 북의 침략을 막아내 나라를 지켰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잘 살게 만든 어르신들이 다시 도움을 주셔야 할 때이다. 충북에서 대책을 세워 어르신들이 앞장을 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1시간 소일거리 시범사업을 하려고 한다.”

-1시간만 일을 한다는 말인가.

“8시간 노동할 인력이 부족한 요즘 ‘8시간 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4시간 일하는 ‘도시농부’, ‘도시노동자’ 등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를 창출해 성과가 좋았다. 지난해 농한기에 농부나 주부 등 7만여명이 농촌에서 일했다. 65세부터 75세까지, 건강이 좀 허락하는 분이 4시간 일하고 6만원을 번다. 올해는 30만명으로 늘린다.”

-예를 들자면.

“단양에 계신 노인회장님으로부터 콩나물을 키워보려 콩을 사러 다닌다는 말씀을 들었다. 일종의 자원봉사 정신에서 경로당 텃밭을 활용해 깨·두릅·더덕 등을 재배해 우리에게 가져오면 전통시장이나 식품공장에 팔아 드리겠다. 마늘을 까고, 고구마 순을 벗기고, 더덕을 손질해 가져오시면 그것도 우리가 팔아드리겠다. 위험하고 돈이 되지 않는 폐지 줍는 일은 이제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

충북도는 이 같은 내용의 ‘충북형 시니어자원봉사대’ 시범사업을 올해 경로당 13곳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작년 여름 경로당을 방문한 김영환 충북도지사(맨 오른쪽)가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작년 여름 경로당을 방문한 김영환 충북도지사(맨 오른쪽)가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도청 정문에 ‘마주보는 당신을 섬기겠습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무슨 의미인가.

“배우지 못했던 부모님은 항상 ‘이 세상에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도 없고, 누구라도 반드시 배울 점이 있다’라는 말씀과 함께 ‘가장 낮은 자세의 삶’을 강조하셨다. 그런 섬김의 자세가 내 정치 신념이 됐다. 나를 낮추고 소외되고 약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다. 아침마다 부모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내 앞의 사람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취임 초 도지사 관사 폐지, 집무실 공용회의실 전환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에게 주어진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도민의 피 같은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관사를 반납하고 자비로 반월세 아파트를 구했다. 출산장려정책이나 청년창업지원 등 더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사업에 예산이 쓰이도록 노력했다.”

김 도지사는 “육중한 책상과 소파가 집무실을 차지하고 있어 비효율적이었다”며 “집무실을 6평의 작은 공간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공간을 회의실로 바꿔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김 도지사 취임 이후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전국적으로 출생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출생률이 1.5% 증가했다. 투자 유치 최단기간에 최고 실적(41조원)을 기록하며 실질 경제성장률 전국 1위를 차지했고,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후불제를 처음 적용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 도지사는 “전국 최초로 출생아 한 명 당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임산부를 ‘국가유공자’처럼 대우한 결과였다”며 “앞으로도 임산부 산후조리비 지원, 임산부에 대한 교통비 지원 등 임산부 패스트트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름길)도 본격적으로 발굴·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말마다 농사를 짓는다고.

“도지사 되기 전부터 고향 괴산에서 농사를 조금씩 했다. 도시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귀촌한 아들 내외와 함께 밭에서 땀을 흘리기도 한다.”

김 도지사는 “텃밭 경작이 도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도시농부’, ‘못난이김치’, ‘충북형 스마트 팜’ 등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한 여러 정책의 모티브가 됐다”고 했다. 

김 도지사는 시인이기도 하다. ‘단순조립공의 하루’, ‘낙엽’이란 시가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기도 한다. 

-요즘도 시를 쓰는가. 

“민주화운동으로 홍성교도소 징벌방에 갇혔을 당시 책을 읽을 수도, 누구와 대화할 수도 없었다. 그리움과 절망감을 극복하려 독방 회벽에 쇠못으로 시를 적었던 것이 시작(詩作)의 출발이었다. 지금도 내가 품은 꿈-시보다 아름다운 정치가 실현되는 날-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시를 쓰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인터뷰 말미에 “여전히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은 OECD국가에 비해 열악하다”며 “어르신들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즐겁고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양질의 소일거리를 제공해 사회의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그것으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복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프로필

▷1955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졸업. 연세대 치의학 학사.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

▷15·16·18·19대 국회의원

▷2001년 제3대 과학기술부 장관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

▷2022년 7월~제36대 충청북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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