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치연금, 어르신에 효자역할 ‘톡톡’
마을자치연금, 어르신에 효자역할 ‘톡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3.11 09:00
  • 호수 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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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성당포구마을서 시작… 현재 서산 중리마을 등 4곳으로 확산

익산 성당포구마을, 금강체험관 및 태양광발전 수익금으로 연금

서산 중리마을은 감태 생산해 재원 마련… 78세 이상에 월 10만원씩

최근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례가 제정되는 등 농어촌을 중심으로 마을자치연금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전국 1호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고 연수소까지 운영하는 성당포구마을 금강체험관의 모습.
최근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례가 제정되는 등 농어촌을 중심으로 마을자치연금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전국 1호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고 연수소까지 운영하는 성당포구마을 금강체험관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정월대보름 하루 전인 2월 23일. 충북 단양군 적성면 소야리에 거주하는 이수복(90) 어르신은 생각지도 못한 용돈을 받게 된다. 마을 대동회가 대보름을 맞아 연 윷놀이 행사장에서 자체기금을 활용, 마을 거주 기간이 10년이 넘은 80세 이상 어르신 20명에게 1인당 50만원의 경로 수당을 지급한 것이다. 이수복 어르신은 “우리 마을이 예전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정답게 사는 마을로 유명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 고맙다”고 말했다.

비록 소야리의 경우 일회성이지만 최근 농‧어촌을 중심으로 마을 발전에 공헌한 어르신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마을자치연금을 조성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마을자치연금이란 마을 공동체가 공동으로 생산 활동을 해서 생긴 수익금에다 공공기관 및 기업 기부금을 통해 조성한 농촌체험관‧태양광 발전등 수익사업을 재원으로 마을에 거주하는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2024년 3월 현재 전국적으로 3개의 농촌마을과 1개 어촌마을에서 마을자치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농촌마을은 2021년 8월 전북 익산시 성당포구마을을 시작으로 2022년 6월 전북 완주군 도계마을, 12월 27일 익산시 금성마을이 제3호 마을로 선정됐다. 또 어촌마을의 경우 충남 서산 중리마을이 지난해 1호로 선정돼 시행 중이다. 각 마을에선 농촌체험, 마을조합 등에서 나온 매출과 태양광 발전 수익금 등을 기본재원으로 해서 마을 거주 기간, 연령 등 제반 요건을 충족한 어르신들에게 일정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초로 마을자치연금을 도입한 익산 성당포구마을의 경우 70세 이상 주민 26명에게 월 10만원씩 연금(연간 총액 3200만원 가량)을 지급하고 있다. 마을에 54가구 108명이 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4명 중 1명꼴로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셈이다. 나이만 충족됐다고 다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성당포구마을로 편입하고 3년이 경과한 후 공동출자금 150만 원을 납입하면 영농법인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후 2년이 경과한 뒤 만 70세 이상이 돼야만 마을자치연금 수혜자가 된다.

류창현 대한노인회 전북 익산시지회장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마을 발전에 헌신한 어르신들을 위해 후배 주민들이 함께 연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성당포구마을은 크게 농촌체험휴양마을 운영 수익과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성당포구마을은 지난 2013년부터 금강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상 3층 연면적 980㎡에 7개 객실과 체험실, 식당, 세미나실 등을 갖춘 체험관 주변에는 황룡산 2.5km 산책로와 약수터, 금강자전거 순례길인 소달구지길 1km, 금강 유람선 선착장, 문화예술 공연장인 만남의 터가 조성됐다. 이를 활용해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마을주민의 300배가 넘는 3만여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금강체험관 운영을 통해 매달 많게는 800만원 이상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중 150만원을 연금 마을자치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또 2021년에는 국민연금공단‧한국전기안전공사‧새만금개발공사 등 7개 기관으로부터 1억 5100만원을 지원받아 금강체험관 지붕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70kw)을 설치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판매한 수익금(매월 150만원 가량)을 마을자치연금에 더하고 있다.

윤태근 성당포구마을 이장은 “기초연금에다가 마을자치연금 10만원을 추가로 받으면서 어르신들이 매우 흡족해하신다”고 말했다.

완주군 도계마을 역시 태양광 수익과 마을조합에서 김치, 두부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합산해 75세 이상 주민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어촌마을자치연금 1호로 선정된 충남 서산 중리마을이 78세 이상 어르신 23명에게 매월 10만원의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어촌체험마을을 운영 중인 중리마을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참여를 원하는 어촌계원들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씩 출자를 받았다. 이 출자금 중 일부로 감태를 가공해 상품을 만들었다. 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감태가공공장 건설 과정에서도 어촌계 명의로는 30%만 출자를 하고 70%는 다시 어촌계원들을 대상으로 출자를 받았다. 이때 어촌체험마을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1인당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출자를 했다. 

감태 판매는 성공했고 2022년 한해에만 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어촌체험마을사업과 감태가공사업이 연달아 자리잡으면서 수익은 크게 늘었고 출자한 계원들에 대한 배당금 외에도 일부를 연금 지급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전북 정읍 송죽마을, 완주 평치마을, 경기 포천 장독대마을, 충남 태안 만수동 어촌계 등은 정부‧지자체‧기업 지원 없이 민간 자체 수입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는 마을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익산시는 성당포구마을을 ‘마을자치연금 연수소’로 지정했다. 연수소는 마을자치연금제도의 전국적 확산 거점을 마련키 위해 설립됐다. 사업 추진이 가능한 마을을 발굴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하는데, 이러한 연수를 통해 익산 두동편백마을 등이 마을자치연금 지급을 앞두고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을 대상으로 매년 4곳을 공모해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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