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순 대한노인회 서울 강동구지회장 “할 말 당당하게 하고, 건강해야 ‘멋있는 노년’ 가능해”
엄기순 대한노인회 서울 강동구지회장 “할 말 당당하게 하고, 건강해야 ‘멋있는 노년’ 가능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3.15 13:21
  • 호수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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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연회비 인하·활동비 지급·일자리 확충 등 실현… “보람 느껴”

병원과 MOU 맺고 빠르고 쉽고 저렴하게 이용 가능… 치매무료검진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매월 여는 이사회가 강동 노인회 복지 증진의 구심점이자 동력이다.” 

엄기순(83) 대한노인회 서울 강동구지회장이 3월 초, ‘백세시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강동구지회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에 지회장을 비롯 28명의 이사가 회관 강당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3월 이사회 자료 중 눈에 띄는 안건은 경로당 회원 치매 검진 안내이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에서 전 회원을 대상으로 3월~5월에 무료로 치매검진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엄 지회장은 “그밖에도 강동구 소재 치과, 안과, 정형외과 그리고 3차 대형병원, 한의원과 MOU(업무협약)를 맺어 빠르고,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논의된 안건을 12개 동 분회 모임을 통해 전 경로당 회장들에게 전달하고, 총회에서 회원들과 주요 정책 사항을 함께 결정한다”고 민주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서울시 강동구 인구는 46만500여명, 노인인구는 8만3000여명이다. 강동구지회에는 135개 경로당, 회원 5000여명이 있다. 엄기순 지회장은 31년 경찰 공무원을 지냈다. 강일리버파크9단지 경로당 회장, 강동구지회 수석부회장, 지회장 직무대행을 거쳐 지난 2021년 9월에 제18대 강동구지회장에 취임했다. 대통령 표창, 서울시장 우수사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성과가 큰 사업이라면.

“코로나 사태로 오랜 시간을 의기소침하게 지내셨던 어르신들 기분 전환을 시켜드렸다. 작년 9월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어르신 350여명을 모시고 경기도 양주의 나리공원으로 문화활동을 다녀왔고,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경로당 회장 세미나를 실시했다.”

-회원들의 호응이 컸을 것 같다.

“그렇다. 경로당 회장들의 친목 도모와 소통, 조직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세미나를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서 개최해오고 있다. 상반기 때는 고문단, 임직원 등 100여명이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강동구청장과 구 의장, 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을 출발해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 기념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며 ‘만세 삼창’을 외치기도 했다.”

엄 지회장은 “하반기에는 강원도 철원 일대의 고석정, DMZ생태평화공원을 돌았다”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하루 일정을 소화해낸 92세의 회장님(골드빌경로당)도 ‘통일 염원이 깃든 뜻 깊은 장소를 방문하게 돼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세미나에선 어떤 얘기들이 오가나. 

“회원 중 법률전문가나 요양보호사 등에게 부탁해 법률·건강 상식 등을 듣기도 하고, 지회 운영과 관련해 예산 지출, 공지사항 등을 알리기도 한다.”

-취임 당시 공약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여러 공약을 내세웠고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 요로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다. 그 결과 많은 부분을 실현해 보람도 느낀다. 우선 경로당 연회비 문제는 기존의 5만원에서 2만원으로 인하해 회원들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연회비 인하로 지회 운영이 힘들 텐데.

“이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찬조금이 큰 도움이 된다. (지회가)요구하지 않더라도 한 분 한 분이 지회 발전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10만원, 20만원씩 보태주고 있다.”

-경로당 시설도우미가 하는 일은.

“노인일자리 중 하나로 경로당 문단속, 청소 및 소독, 식사 보조, 경로당 회원 및 방문자 모니터링 등의 일을 한다.” 

엄기순 강동구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엄 지회장 오른편이 최광필 사무국장.
엄기순 강동구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엄 지회장 오른편이 최광필 사무국장.

-공약의 하나로 경로당 회장 활동비도 약속했는데.

“3년 전에 경로당 회장을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월 3만원씩 드리고 있다. 이 금액이 현실에 맞지 않아 구청장께 인상을 요청했다. 올해는 예산 형편 상 어렵고 다음 예산에서 보자는 말을 들었다.”

-구청장이 노인회에 협조를 잘 하는지.

“노인복지 예산을 가장 상위에 둘 정도로 어르신 공경심이 크다. 회원들 사이에 ‘반찬이 맛있다, 맛없다’ 같은 다양한 불만이 생겨 경로당중식도우미를 맡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구청장께서 그 점을 감안해 일자리 수당(29만원) 외에 10만원씩 추가해주었다.”

-노인일자리도 많이 하고 있다.

“올해는 시니어안전파수꾼, 클린스쿨누리단, 전통시장도우미 등 5개 사업단에 600여명이 참여한다.”

-‘전통시장도우미’는 어떤 일자리인가.

“지역에 천호·암사·둔촌 등 3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그곳에서 청소 등의 일을 한다.”

-전체 경로당을 순회했는데 어떤 민원이 많았는지.

“노후 된 가전제품 교체와 건강보조기구 보급, 부식비 지원 등이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최광필 사무국장이 “요즘 재활용장에 상태가 좋은 가전제품도 나온다”며 “그런 데서 중고 소파를 가져다 쓰는 경로당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을 30년 넘게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강동경찰서 창설 멤버이다. 누구든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혐의자를 상대로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제언을 한다면.

“예산 등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데 오히려 밑에서 올라가는 행태이다. 이런 점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올해 구상 중인 큰 사업이라면.

“어르신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9월에 구민회관에서 ‘강동구 경로당 가수왕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6월에 예선이 있을 예정이니 회원들께서 열심히 기량을 닦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지회장배 파크골프대회도 추진 중이다.” 

엄기순 강동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매월 개최하는 이사회의 슬로건이 ‘멋이 있고 삶이 건강한 노년’”이라며 “강동 어르신들이 옷도 깨끗하게 입고, 필요할 땐 목소리도 당당하게 내고, 육체·경제적 자립의 능력을 갖춘 어른다운 노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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