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초고령사회 준비: 의대 증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초고령사회 준비: 의대 증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4.03.18 11:25
  • 호수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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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고령 환자 는다고 의사만 늘리면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로 인해

검사·투약 늘며 의료비 급증할 것

여러 질환 동시에 앓는 노인들에

포괄적 의료 제공할 인력 양성을

외과, 소아과 등 필수 진료과 전공의 지원자 감소와 지방에서 진료를 담당할 의료인력 충원의 어려움 등 최근 의료 문제로 제기되었던 여러 현안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의대 증원이 전공의와 전임의 사직으로 이어져 대학병원 진료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우선은 교수진들이 입원 및 응급 진료에 투입되어 급한 불을 끄고 있으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세우는 의대 증원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인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의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보아야 할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 중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 난제는 출생률 감소와 고령 인구 증가이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자 숫자는 23만명으로 전년보다 7.7% 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022년에 비해 0.06명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1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으로, 이대로 지속되면 인구 감소뿐 아니라 국가 소멸이 예상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출생률 감소와 함께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 증가도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의 출생률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1년 일찍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 중 특히 의료기관 이용 증가, 의료비 부담 증가,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의료인력 및 의료기관의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의료기관을 찾는 고령 환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보다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초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의 확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중요한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고령 환자의 증가를 의사 확충만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분절화되고 세분화된 전문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의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그 결과는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의료비 급증과 의료 보험 체계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의사가 늘어난다고 의료비가 급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외국의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이지만, 이는 해당 국가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고려하고 해석해야 한다.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인두제 또는 총액계약제를 실시해 진료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가 늘어난다고 해도 의료비가 급증하지 않고, 오히려 의사가 늘어나면 의사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행위별수가제로 진료비 지불제도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한정된 의료보험 재정에서 의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고, 과도한 검사와 치료, 그리고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면서 전체 의료비가 급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노인 환자는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많은 진료과를 방문하면서 검사 및 투약이 중복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노인의학적 훈련을 받지 않은 의료인력이 늘어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노인 환자에서는 검사 및 투약이 늘어나면서 의료비용이 급증할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신체 및 인지 기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노인의학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병에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면 의료비는 급증하지만 오히려 기능상태는 악화되는 상태를 초래하면서 삶의 질이 나빠진 채로 단지 수명만 연장되는 비참한 후기 고령자가 많아지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후기 고령자들을 잘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제도를 보완하고, 노인의학적 접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의료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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