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련(戀鍊)’ 3월 27일 개봉, 안타깝게 죽은 양반집 딸과 소리꾼의 기이한 만남
영화 ‘연련(戀鍊)’ 3월 27일 개봉, 안타깝게 죽은 양반집 딸과 소리꾼의 기이한 만남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3.18 14:17
  • 호수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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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곤 감독이 제작‧연출 맡은 독립예술영화… 노인회 순회시사회 호평

가부장제에 막힌 ‘서연’과 억울하게 모든 것 잃은 ‘동련’ 통해 가족애 다뤄

이번 작품은 강서곤 감독이 제작‧연출을 맡은 장편독립예술영화로 조선을 배경으로 서도소리‧다리굿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이번 작품은 강서곤 감독이 제작‧연출을 맡은 장편독립예술영화로 조선을 배경으로 서도소리‧다리굿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야심한 시각 한 주막, 한 남자가 처량하게 연신 술을 들이켠다. 소리꾼으로서 아내와 딸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 남자, ‘동련’은 억울하게 재산 대부분을 잃고 자포자기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음속 울분을 아내 ‘을운’과 딸 ‘을미’에게 표출하던 ‘동련’은 자신의 꼬인 인생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노름’을 선택한다. 비슷한 시각 개성의 한 양반 가문에서는 애지중지 키운 무남독녀 ‘서연’이 원인 모를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서연과 동련은 뜻밖의 조우를 한다. 두 사람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지난해 대한노인회 충남 서천군지회를 시작으로 14개 지역 순회 시사회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장편독립예술영화 ‘연련(戀鍊)’이 3월 27일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한 소리꾼과 세상을 떠난 양반 가문 외동딸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제약 많았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비애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 또한 대살굿 등 우리나라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파묘’가 1000만 관객 동원을 앞둔 가운데 이번 작품도 다리굿과 서도소리 등 한반도에서 전승된 전통문화를 다루며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은 인생 막장에 몰린 동련과 가부장 중심의 조선에서 살아가야 하는 서연의 기구한 사연을 교차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노름이라 생각한 동련은 노름판에 뛰어들지만 그나마 가진 재산마저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뜻밖의 큰 소동에 휘말린 그는 무작정 한양으로 도주한다. 

노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한 주막에 들른 그는 소리꾼으로서 능력을 발휘한다. 이때 이를 지켜보던 해주악사들은 동련의 재능에 반해 함께 즉흥공연을 펼치고 그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그렇게 동행에 나선 동련과 해주악사들은 개성의 어느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동련은 주막 인근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주모를 통해 마을 양반 최순영이 애지중지 키운 ‘서연’을 추모하는 큰굿이 벌어졌다는 소식과 그녀의 성장 과정을 듣게 된다.

무남독녀로 태어난 서연은 당대 여인상과는 달리 현대 여인상과 가까운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예술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호기심도 강하고 리더십도 갖춰 남장을 한 채 친구들을 이끌고 몰래 금녀지역인 ‘절’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부장 사회였던 당시 세상은 그녀에게 가혹했다. 절에 다녀온 그녀는 모진 회초리를 받아야 했고 혼기가 차면 어른들이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었다. 그리고 명문가 자제와 결혼이 결정된 이후 그녀는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린다. 최순영은 아내와 함께 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내 숨을 거둔다. 슬픔에 빠진 최순영 부부는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서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성대한 굿판을 벌인다.

이러한 내막을 듣게 된 그는 그날 밤 꿈에서 기이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 꿈을 바탕으로 한몫을 잡기 위해 박수(博數)인 척 최순영 집을 찾아 굿판을 지휘하지만 또다시 일이 꼬이며 큰 위기를 겪게 된다. 

‘나도밤보’가 제작하고 강서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연련(戀鍊)’은 배우 서문경, 신현정, 이구민, 윤하승이 출연한 126분짜리 가족 영화다. 강서곤 감독이 10여년 전 서도소리의 하나인 배뱅이굿을 듣고 영감을 얻어 시작된 작품으로 시나리오 초고 작성 당시 제목은 ‘배뱅이굿’이었다. 이후 각본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연련(戀鍊)’으로 제목을 확정했다.

‘연련(戀鍊)’은 여주인공 서연의 ‘연’(戀)과 남주인공 동련의 ‘련’(鍊)을 따서 붙인 제목으로 ‘그리움을 다지고 성찰한다’는 함축된 뜻을 담고 있다. 2021년부터 배우 섭외 등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 작품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과 경북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해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이북 5도 문화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당시의 문화상을 되살렸고, 한국의 전통문화인 서도소리와 다리굿을 담고 있다. 서도소리와 다리굿은 이북지방의 문화로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왔지만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면서 전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에서는 서도소리와 다리굿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강서곤 감독은 “1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제 삶의 성찰을 담은 영화”라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서연의 가족을 통해, 시련에 대한 성찰은 동련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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