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공시가 현실화’ 돌연 폐기… 공정성 위해 정교한 중장기 계획 만들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공시가 현실화’ 돌연 폐기… 공정성 위해 정교한 중장기 계획 만들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3.25 09:29
  • 호수 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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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까지 높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인위적인 공시가격 조정 대신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스물한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과거 정부가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해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 고통만 커졌다”며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1월 발표한 것으로, 공시가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표준주택은 2035년까지, 표준지는 2028년까지 매년 현실화율을 높여 이러한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집값 급등 시기 과세 기준인 공시가가 함께 오르면서 재산세·건강보험료 등 각종 조세와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는 등 반발이 크자, 윤석열 정부는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이날 계획 폐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실제로 2021년부터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씩 뛰었다. 집값이 기록적으로 오른 2021~2022년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한꺼번에 치솟아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쏟아졌다. 지난 2020년 1조5000억원 걷혔던 종부세는 2022년 3조3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만들기 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평균 69%, 표준주택 53.6%)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시가 현실화 폐기를 두고 야당에서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경제적 부담이 줄고,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수혜대상이 현실화 계획을 추진할 때보다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시세반영률이 올라감에 따라 보유세부담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선 현실화 제도 폐지만 발표됐을 뿐 부동산 간 형평성 제고 등 공시제도의 기존 문제점을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은 빠졌다. 여야 합의가 필요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2020년 현실화 상향 발표 당시에도 국민 공감과 설득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져 반발이 컸던 사안인데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연도별로 상향되는 현실화 제도를 없애고 적정 현실화율을 도출해 변경 없이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실화율 수준은 오는 7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11월경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폐기 방침만 7개월 앞당겨 총선 직전 발표한 것이다.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뒤따르는 이유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단독주택과 아파트, 주택과 상가 등 가격별, 지역별, 유형별로 차이가 나는 시세 반영률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적정 현실화율이 고정되더라도 부동산 종류나 가격, 지역에 따라 현실화율이 현재보다 높아지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나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이기 때문에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국민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복지 제도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교한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하며 민생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국회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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