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노년기 성격변화
[전문의 칼럼]노년기 성격변화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11.17 17:37
  • 호수 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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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택 로하스두울클리닉 원장(정신과 전문의)
▲ 로하스두울클리닉 정신과 전문의 고영택 원장
진료를 하다보면 부모님의 성격변화 문제로 상담 받으러 오는 자녀들이 종종 있다. 질환이 심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치자니 걱정이 되고, 그렇다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자니 병원에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점점 식구들에게 서운한 것이 많아졌어요. 고집도 세져서 웬만한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으세요. 자식들 키울 때는 겉으로 힘든 내색 한 번 안하신 분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마음이 약해지고 성격도 변하신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서운한 것이 무엇인지 여쭤도 별 말씀도 없으세요. 또 이유로 꼽는 것도 서운해 하실 만큼 큰 문제도 아니에요.”

위의 사례에서는 상담결과 초기 치매에 우울장애가 동반돼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지기능 개선제와 항우울제, 그리고 수면조절 약물을 처방했다.

성격은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과 같다. 그 사람이 어떤 기질을 타고 났으며,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또, 성격은 삶 전체를 통해 큰 변함 없이 유지되고 지속되는 특성이 있기에 다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성격 특성에도 변화가 생길 때가 있으며, 그런 변화가 일시적일 수도 있고 굳어진 채로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평소와 다른 외부 환경을 접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게 되면 성격의 변화가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머리 손상이나 만성적인 약물 중독, 암세포의 뇌전이 등에 의한 성격 변화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치매의 경우 성격 변화가 매우 흔해서 이전에 좋지 않았던 성격이 더욱 심해지고 완고해지면서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잦아지기도 한다. 정서불안과 과민, 충동적인 모습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머리를 곱게 빗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던 어머니가 명절날 씻지도 않고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식구들을 맞이한다든지, 인자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손주를 안아주고 과자를 사주셨던 아버지가 별 이유도 없이 버럭 화를 내고 짜증이 많아진 현상은 치매 어르신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변화다.

치매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가족 얼굴이나 이름을 모른다던가, 집을 나섰다가 찾아오지 못하는 경우, 가스 불을 끄지 않아 화재의 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경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격변화나 정서변화가 치매와 연관돼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부모님의 성격변화를 접하는 가족들은 질환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족 내 갈등의 깊이가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심한 성격변화와 행동장해 때문에 자신과 가족에게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무슨 성격문제로 병원까지 가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모든 질환이 그렇듯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님이 갑자기 성격이나 습관이 변했다면, 전문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부모님의 달라진 성격을 이해할 수 없다며 속으로 애를 태우기보다는 치매와 동반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여기고 조금은 편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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