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문식 기자의 만만담(滿漫談)] 58년 개띠
[함문식 기자의 만만담(滿漫談)] 58년 개띠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11.19 16:47
  • 호수 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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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장한 ‘세대’의 개념이었다. 혹자는 386세대니, X세대를 세대 개념의 원조로 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래 최초로 형성한 세대 개념은 아마도 ‘58년 개띠’가 맡아야 할 듯 하다.

물론 이전의 ‘해방둥이’도 있었다. 그러나 해방둥이는 말 그대로 해방 된 해의 기념일 뿐, 혼란한 사회 분위기 탓에 나름의 문화나 변화의 조류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참혹한 전쟁을 겪은 50년대 초중반의 삶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전쟁의 상처도 그렇지만 전후 모든 것을 잃고 새로 추스리던 당시의 상황은 그야말로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비로소 가정을 추스르고 새롭게 자녀를 낳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58년 경이다. 이 때부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베이비 부머’가 형성된 것이다.

이 세대부터 모든 사회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옥수수죽과 통일벼를 자양으로 커 나간 세대는 중학교 무시험과 고등학교 연합고사의 첫 세대가 됐고, 치열한 경쟁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출세의식과 변혁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평등의식을 바탕으로 상명하복에 익숙한 윗 세대로부터 ‘버릇없다’는 꾸지람을 받는 반면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후세대로부터는 ‘조직문화에 기생한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유신 말기라는 혼란의 시기에 사회에 첫 발을 디뎠고, IMF시기 사회의 중추로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그 여파로 마땅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불안에 휩싸인 세대이기도 하다. 현재 노년세대의 주축인 70~80대의 자녀들이기도 하다.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안쓰러울 수 밖에 없다.

이들은 다시 10여년 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맞이하는 고령사회의 맨 앞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엄청난 사회적 변화가 예상되는 그 시점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늘어난 수명은 말 그대로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나 노인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대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을 더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의 노인복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현 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고령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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