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고령자고용 강조주간에 둘러보는 20만원 일자리
[금요칼럼] 고령자고용 강조주간에 둘러보는 20만원 일자리
  • 관리자
  • 승인 2009.11.20 13:31
  • 호수 1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장
매년 11월 셋째 주는 고령자고용 강조주간이다.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제정되고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문서에만 있던 고령자고용 강조주간행사가 노동부에 의해 2006년부터 시민 속에 파고들면서 개최되고 있다.

초기부터 행사에 참여해온 한국은퇴자협회는 올해도 ‘중장년 구직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포럼을 개최했다. 구직 당사자인 회원들과 노동계,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일본의 영향을 다분히 받았겠지만 지금부터 18년 전에 나이든 세대들을 위한 고용촉진법이 제정됐다는 점은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올 3월부터는 연령에 의해 고용상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률도 시행되고 있다.

2002년초 한국은퇴자협회가 첫 번째 권익활동으로 내건 ‘연령차별금지법’(ADEA) 제정 캠페인을 벌이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내려고 인권위를 방문했을 때 담당공무원이 ‘나이차별이 차별입니까’라면서 문서 접수를 거부하던 기억이 새롭다.

어디 그뿐인가. 고령화사회로 돌입하면서 지난 정부는 노년층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근로형 일자리를 만들어 2003년초부터 20만원짜리 노인일자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사업도 시작됐고,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발 경제대란이 우리사회를 실업난으로 몰고가자 정부는 ‘희망근로’라는 이름 아래 25만개의 또 다른 단기성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희망근로는 20만원 일자리에 머물던 노년층의 대거 유입을 불러일으켜 열심히 노인일자리사업에 전념해 온 일자리기관과 관계자들에게 ‘절망근로’가 돼 이들을 낙담시켰다.

내년에 또다시 실시되는 이 같은 일자리는 몇 가지 문제점을 껴안고 있다.

첫째는 희망근로에 투입되는 모든 돈이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게 아니라 국민세금을 갖고 이것저것 허드렛일을 만들어서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국민세금을 안들이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일자리고, 또 그 일자리는 지속적이거나 생산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둘째, 과정이 어떻든 임시 취업한 취약계층 근로자는 7개월 후 또 다시 실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내년도 희망근로자를 4개월간 취업시키겠다는 발표는 ‘허허’ 웃음을 짓게 만든다.

셋째는 6년 전에도 20만원이었던 일자리라면 이제는 30만원 수준의 일자리는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가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어떻게 6년 전이나 6년 후나 똑같은 임금을 준단 말인가.

일자리는 일자리다워야 한다. 지속적이며, 생산적이며,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국제적인 기준은 ‘적어도 빈곤선을 넘는 최저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즉,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일자리를 ‘일자리’라고 불러야 한다.

일은 생활해 나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조건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준비 없이 일어난, 대부분의 준비 안 된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필사적인 일자리다. 말장난 같은 노년층의 소득보존이니, 사회참여니 허울 좋은 구실을 만들면서 구휼적인 행위로 벌어지는 연례행사는, 그 질과 형태를 바꿔 다수를 구제하려 애쓰지 말고 소수라도 사람답게 살수 있는 일자리와 임금이 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논할 만한 사치스런 어휘도 필요 없다.

정부는 여러 가지 공공근로적 일자리 임금을 통일해 최소한 사회적 일자리 임금수준으로 올리고, 그런 일자리 문제를 다루는 기관도 하나로 통일해 일자리전담 부처가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연 별개의 건인 복지와 일자리 문제를 선진사회들이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 연구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