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쓰는 '의약 리베이트 처벌법'
힘 못쓰는 '의약 리베이트 처벌법'
  • 연합
  • 승인 2010.01.11 09:15
  • 호수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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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내용 확인 못해 제재 불가능"

병의원에 금품을 제공한 제약사를 제재하는 법령이 시행된 이래 여러 차례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정황이 포착됐지만 실제 처벌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1월 11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검 수사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제약사들의 처벌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지검은 구랍 29일 국내 제약사 6~7곳과 유명 다국적제약사 16~18곳, 도매상 등 20~30곳이 지역 의사 31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약사는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복지부도 이들 제약사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상 유통문란행위로 적발된 약품의 약값을 인하토록 한 제재 규정을 적용치 못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각 기업이 금품을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을 ‘리베이트 적발’로 볼지 애매하다는 게 이유다.

당국이 제보 내용을 직접 조사하고도 처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제약협회에 ‘8개 제약사가 대구.경북지역 11개 병원에 처방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전달됐다. 이중 1개 제약사만이 리베이트 전달 사실을 실토했으나 7개 제약사는 부인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자료와 처방내역 등을 조사해 7개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7개 제약사가 병의원에 금품을 전달한 시기와 내역을 확인할 수단이 없게 되자 조사도 잠정 중단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됐다. 혐의를 인정한 제약사 한 곳만이 제약협회에 위약금을 냈을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나 법원의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금품 수수는 약값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처벌 가능 여부를 단언하기 어렵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강력 제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리베이트가 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조사 결과 병의원에 금품 제공 가능성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면 후에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될 수 있다”며 “약값인하 제재에 대해 복지부가 분명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령의 존재 자체로 리베이트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실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법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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