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대한노인회가 발전하는 길
[금요칼럼] 대한노인회가 발전하는 길
  • 관리자
  • 승인 2010.01.15 11:22
  • 호수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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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흥봉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장
대한노인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인단체이다. 노인정과 경로당에 등록한 노인이 모두 회원이 되도록 되어 있는 대한노인회는 회원 수만 현재 200만 명이 훨씬 넘는다. 중앙회와 시도연합회, 시군구지회와 경로당 분회 등 전국적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단체이다.

대한노인회는 옛날 사랑방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사랑방은 마을의 어른들이 모여 놀던 곳이다. 보통 마을에서는 동네 어른들이 모여 소일하며 집안 일, 동네일과 세상사를 의논하던 장소였다.

노인정과 경로당은 이 사랑방이 커지면서 발달한 것이다. 경로당은 마을 사람들이 노인을 모신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고, 노인정은 노인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경로효친 사상과 유교윤리가 지배한 전통사회에서 동네 어른들이 모여 있는 노인정과 경로당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서 모시는 관행이 발달하였다.

대한노인회는 지금부터 40년 전 산업화 초기 이 사랑방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마을 노인정과 경로당을 조직화하여 전국적인 단체로 탄생하였다.

이와 같은 전통적 뿌리 때문에 대한노인회의 전국 조직은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모심을 받는 어른’들로 구성되어 왔다. 전국 회장이나 지역 회장 자리는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모시는 어르신이 차지하는 경우가 과거에는 많았다. 정부도 대한노인회를 웃어른을 모시는 조직으로 생각하였고, 정치권에서도 때가 되면 찾아가 인사를 하는 곳으로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전통적 특성 때문에 대한노인회에 가입하는 노인은 노인정이나 경로당에 나가는 노인들로 제한되어 있다. 산업사회에서 직업생활을 하고 은퇴한 많은 수의 노인들은 이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모심을 받는 위치에 있는 대한노인회는 중앙이나 지방 할 것 없이 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아왔다.

대한노인회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은 지금 크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 농촌사회가 해체되고 산업정보화사회가 진전되면서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고령사회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그런데 대한노인회는 안타깝게도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노인정과 경로당은 이미 옛날 사랑방과는 사뭇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노인들이 모이는 것은 옛날과 다름없는데 도시의 이질적, 익명적 특성 때문에 출신지역이 다르고 학력이 다르고 직업배경이 다른 노인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 그러한 노인정이나 경로당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화하고 있는 노인층을 통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노인인구는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40년 전 대한노인회가 출범할 당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백만 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500만 명이 넘는다.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1002만명으로 국민의 4분의 1이 노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노인인구 층을 대한노인회는 어떻게 할지 그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이처럼 변하고 있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째, 산업정보화사회에 걸 맞는 정체성을 지닌 주체적 노인단체로 발전해야 한다. 산업정보화사회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경쟁논리가 앞선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랑방 전통에 따라 모심을 받는 수동적 단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따라서 이 현실을 받아들여 대한노인회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단체로 성장하여야 한다.

둘째, 고령사회에서 크게 증가하는 노인인구 층을 포괄하면서 다양한 노인층을 통합하는 단체로 발전해야 한다. 가까운 장래 노인인구가 1000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때 대한노인회가 이들 노인층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단체로 발전하여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와 노인층에 편입되고 있는 사람들은 광복 이후 출생하여 산업화 시대에 교육을 받고 직업생활을 한 후 은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21세기 노인세대는 전세기 노인들과는 가치관과 생활 스타일면에서 다른 경우가 많다. 대한노인회는 이들 신 노인층을 흡수해야 한다.

노인의 출신지역, 학력, 직업, 가치관이 다양화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 이들 다양한 노인층을 통합하는 단체로 발전해야 한다.

셋째, 노인단체로서 고유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사회단체란 아무래도 구성원의 권익옹호를 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대한노인회도 전국적 노인단체로서 노인권익옹호를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노인권익옹호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체가 없었다. 대한노인회가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편 사회단체가 정부재정지원에 의존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대한노인회도 스스로 자원을 확보하고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단체로 발전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대한노인회는 세상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지식과 경험을 지니고 있는 회원을 많이 포괄하고 있다. 바로 이 특성을 살려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 등 사회봉사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대한노인회가 이처럼 정체성이 있는 단체로서 통합적으로 회원을 구성하고 모범적인 사회봉사사업을 수행할 때 우리사회는 대한노인회 조직과 그 구성원 노인들을 그야말로 존경하고 모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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