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환장할 봄 2

환장할 봄 2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내 들끓는 속마음 같아

 

꽃이 피고 있는가 

봄은 다 지고 있는가

 

속절없는 이 한때


후다닥 왔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요즘 봄은 봄 같지가 않아. 봄을 즐길 겨를도 없이 가버리고 미처 다 피지 못한 채 버려진 꽃봉오리들인가. 아니면 꽃 다 져버리고 맺힌 열매들인가. 어떤 봄날인지 마음도 굳게 닫혀 도무지 열릴 줄을 모른다. 즐거운 일이 언제였을까. 목젖이 다 보이도록 웃어본 적이 있기는 할까. 오늘도 옆집 통닭가게가 간판을 내리고 앞집은 또 새로이 피자가게를 오픈했지만 골목마다 즐비한 텅 빈 가게들을 지나칠 때마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 같아 못 본 척 발끝에 눈을 두고 걷는다. 참고 견디면 좋은 봄날 올 거라고 혹한에 꽃눈을 열심히 꿈 꿨지만 꽃샘추위는 생각보다 강하고 더 여러 번 온다. 비빌 언덕도 없고 의지가지없는 새파랗게 젊은 청춘들의 봄을 누가 망쳤는가.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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