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276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디카시 산책] 내 생각에만 골몰할 때에도

    [디카시 산책] 내 생각에만 골몰할 때에도

    내 생각에만 골몰할 때에도세상 온갖 것들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순식간에 늙어제 몸이 모두 흩어져 버릴 때까지세상을 발 아래 두고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고고하게 도도하게 세상과 동떨어져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어떻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홀로 존재하면서 자기만을 위한 생각에 골몰하는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고 구성하는 보루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생각에 골몰할 때에도’ 그 세상 밖 온갖 것들은 생성과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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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11-21 14:16
  • [디카시 산책] 인생 2

    [디카시 산책] 인생 2

    인생 2외길이다 혼가 가야 한다매 순간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삶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낭떠러지를 목숨 내놓고 끝도 없이 가야 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 끝이 어떻게 끝날지는 당도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 그 누구도 인생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길을 나선 순간부터는 무조건 직진, 연습이었으니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셀 실버스타인의 『Every Thing On It』라는 책에 ‘시계판매원’ 글이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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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10-31 14:00
  • [디카시 산책] 유산

    [디카시 산책] 유산

    유산수십 년 단칸방 살이 미안하셨는지아버지가 주택복권에 당첨되자 어머니께 선물하신저, 눈부신 수(壽)와 복(福)에 담은 마음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내게로 왔다1978년 주택복권 1등 당첨금은 1000만 원이었다. 그 돈이면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었으니 얼마나 큰 금액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퇴근길에 주택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서 호기심에 한 장을 사셨고 그게 상금 100만 원인 2등에 덜컥 당첨된 것이다. 그때 저 자개장롱 삼천장 가격이 30만 원이었다. 어머니는 자개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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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10-17 15:01
  • [디카시 산책] 복날

    [디카시 산책] 복날

    복날꽃피는 봄날은 아직도 너무 춥고요끌려가는 여름은 영영 모르고 싶어요 돌아오지 않는 발자국은 누구의 계획이었을까요겨울에 태어난 강아지는 이제 젖을 떼고 겨우 세 달쯤 되었을까. 어미개도 제 형제자매들도 보이지 않고 홀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미동도 없다. 어쩌면 엄마와 놀던 시간을 곰곰이 떠올려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한창 호기심이 많아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시기인데 처연한 저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꽃이 피었다고 세상천지에 꽃물이 들어서 환장하게 좋다고 사람들은 난리인데 미리 여름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멀리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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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9-26 13:55
  • [디카시 산책] 반감기

    [디카시 산책] 반감기

    반감기다시 돌아가는 시간만큼은올 때보다더디 갔으면 좋겠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잖아한 생을 살다가 돌아갈 때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살아있길 원하는 건 본능이며 아무리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도 끝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런 삶이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바스러져서 완전히 흙이 될 때까지 천천히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는 걸 볼 때면 나 또한 내 흔적을 모두 깨끗이 지우고 완벽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쉽지 않다. 어차피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터인데 그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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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9-12 14:40
  • [디카시 산책] 탄생의 비밀

    [디카시 산책] 탄생의 비밀

    탄생의 비밀찰나,그 한순간에 작동하는 시인의 영감(靈感)이 눈을 뜰 때디카시는 탄생한다디카시는 찰나를 붙잡아 시인의 영감(靈感)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탄생한다고 할 수 있다. 순간과 순간을 덧대면 끝없는 시간이 생겨나고 그 시간의 한 틈에서 작가만이 발견해 낸 그 무엇에 대한 희열 때문에 시인들은 죽을 때까지 창작에 목을 매게 된다. ‘영감’은 ‘신이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바로 붙잡아 두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놓쳐버리고 다시는 그런 문장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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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8-29 14:27
  • [디카시 산책] 가시가 제 눈물을 찌를 때

    [디카시 산책] 가시가 제 눈물을 찌를 때

    가시가 제 눈물을 찌를 때도저히 억울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온몸이 뾰죡뾰족 세상을 향할 때 슬픔은 남몰래 가시를 둥글게 감싼다이 세상 어딘가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세상을 원망하면서 스스로를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잔뜩 세우고 공격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을 찌르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군가 곁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어줬더라면, 위로를 건넸더라면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내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이웃에게 너무 무관심하다. 그러는 사이에 너와 나 우리 모두는 가해자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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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8-18 14:24
  • [디카시 산책] 루비똥

    [디카시 산책] 루비똥

    루비똥이걸 캐내느라말라비틀어진 손가락마다 맺힌피눈물인데 길짐승에겐 한 끼 간식날짐승에겐 최고의 밥상새빨간 앵두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저 핏빛, 말라비틀어진 손으로 제 몸속에서 캐내느라 손가락마다 피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아 선뜻 딸 수가 없다. ‘루비’라는 최고의 보석에 ‘똥’이라는 기피 대상 1호를 결합하여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연상케 하는 ‘루비똥’으로 제목을 삼은 건 아무리 비싼 명품 가방인 ‘루이비통’도 내게는 그저 무엇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일 뿐이고, 앵두는 내게 단지 한 끼 간식거리일 뿐이지만 배고픈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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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7-18 14:48
  • [디카시 산책] 뉴스 경쟁

    [디카시 산책] 뉴스 경쟁

    뉴스 경쟁동서남북, 방방곡곡새 소식 타전하는방송국 취재 열기가 한창입니다 한여름이 불타고 있습니다여름에만 유독 붉게 피는 접시꽃이 마치 방송차량에 설치되어 있는 접시 안테나처럼 생겼고,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들은 세상의 모든 소식을 낚아서 보내고 받는 송수신기 같다. 뉴스(NEWS)라는 낱말은 동(E) 서(W) 남(S) 북(N)의 영어글자에서 따온 말이어서,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소식을 뜻한다. 사방팔방을 향해서 피어있는 꽃봉오리들이 뉴스를 취재하려는 각 방송국의 경쟁처럼 보여서 한여름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빼곡한 꽃대들 사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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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7-04 13:49
  • [디카시 산책] 적막

    [디카시 산책] 적막

    적막새벽 3시영하 30도보름밤몽골의 2월은 온통 눈밖에 없고 영하 30도의 추위였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한국의 날씨처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아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는 그야말로 적막,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움직이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뿐, 달빛에 의지한 채 밤을 보내고 있는 게르는 평화 그 자체였다. 땅도 하늘도 집도 추위를 녹이는 연기조차 모두 흰 빛이어서 새하얀 장막을 둘러친 것만 같았다. 세상과 고립되어 소음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듯한 곳에서 보낸 그 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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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6-20 13:41
  • [디카시 산책] 자발적 순장(殉葬)

    [디카시 산책] 자발적 순장(殉葬)

    자발적 순장(殉葬)톡, 모가지를 잘라서둘러 나를 버리는 일그건, 절정을 향해 휘발하는 아무도 모르는 감정의 방정식이야 천재 수학자도 풀 수 없는 공식 밖에 있어꽃잎 하나하나를 흩날리며 꽃이 지는 것이 아니라, 제 열매를 위해 마지막을 남겨두는 낙화가 아니라 가장 절정일 때 톡, 자신의 모가지를 잘라 버리고 지는 동백꽃 그 비밀스런 행위의 이유를 누가 알까. 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은 동백(冬柏), 어떠한 수학이나 과학 공식을 대입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저 기막힌 ‘자발적 순장’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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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6-09 10:43
  • [디카시 산책] ING

    [디카시 산책] ING

    ING사막이 되어 가는 중인지숲이 되어 가는 중인지 바람 앞 등불 같이바람 앞 들불 같이베트남 무이네 사막에 갔을 때, 사막은 현재 진행 중(ING)이었다. 숲은 점점 사라지고 뿌리를 드러낸 채 고립되어 가고 있는 몇 그루의 나무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게 놓여 있는 숲이 머지않아 사막으로 변해버릴 지구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 섬처럼 버티고 있는 나무가 ‘바람 앞에 들불처럼’ 사막을 숲으로 바꿔놓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척박한 사막 속으로 뿌리를 내려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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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05-23 14:18
  • [디카시 산책] 눈물, 물의 언어

    [디카시 산책] 눈물, 물의 언어

    눈물, 물의 언어여기는 곧 사라질 슬픔의 눈동자 속 이 이상한 생태계는때로는 후련하고 가끔 울적하고슬픔이 보는 눈동자 안은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슬픔이란 무언가를 껴안고 놓지 못할 때 아쉽고 그리워서 응어리가 지는 그런 것, 그래서 눈물이라는 형태로 모두 씻어버리고 나면 다시 맑게 개는 그런 것. 눈물로 만들어진 이 이상한 생태계는 물이 쏟아내는 언어다. 때로는 생쥐같이 시궁창을 맴돌다가도 다시 또 날개를 달고 무한 허공을 한없이 비상해서 온 몸을 정화하고 난 뒤 내 세상을 구원하는 그런 것. 거미줄에 걸린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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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5-12 11:38
  • [디카시 산책] 틈새

    [디카시 산책] 틈새

    틈새어떤 이에게는 허술해보여도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통로가 되기도 하고 아무리 답답해도빈틈 몇 개는 있어야 숨을 쉰다아무리 답답한 틀에 갇혀 있다하더라도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다른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무리를 보면 괜히 응원해 주고 싶다. 흙 한 줌 없는 돌 틈이거나, 시멘트 갈라진 틈바구니에서도 생명을 키우고 불만 하나 없는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꽃을 피워내는 풀들을 볼 때마다 경이로움 그 자체를 마주한다. 사람들은 빈틈이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틈을 내보이는 순간, 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을 당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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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4-25 14:08
  • [디카시 산책] 4월

    [디카시 산책] 4월

    4월천지사방에 온통 연어 떼 꽃 비린내 진동한다 은빛 반짝이며 물길 거슬러 올라 꽃비늘 눈부시게 환한 봄날봄비가 오자 온통 천지사방에 벚꽃 잎이 흘러넘친다. 마치 연어 떼가 산란을 위해 모천하려고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 같다. 아무리 많은 장애물이 있어도 아무리 먼 거리여도 처음 태어났던 강의 물 냄새를 기억했다가 돌아오는 연어 떼처럼, 바닥에 떨어져버린 꽃잎들이 한때 눈부시게 빛났던 사월의 꽃나무를 잊지 못해 산란을 마치고도 다시 모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고 빗물이 다 마르고 나면 꽃잎은 다시 한 번 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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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4-11 14:20
  • [디카시 산책] 환장할 봄 2

    [디카시 산책] 환장할 봄 2

    환장할 봄 2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내 들끓는 속마음 같아 꽃이 피고 있는가 봄은 다 지고 있는가 속절없는 이 한때후다닥 왔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요즘 봄은 봄 같지가 않아. 봄을 즐길 겨를도 없이 가버리고 미처 다 피지 못한 채 버려진 꽃봉오리들인가. 아니면 꽃 다 져버리고 맺힌 열매들인가. 어떤 봄날인지 마음도 굳게 닫혀 도무지 열릴 줄을 모른다. 즐거운 일이 언제였을까. 목젖이 다 보이도록 웃어본 적이 있기는 할까. 오늘도 옆집 통닭가게가 간판을 내리고 앞집은 또 새로이 피자가게를 오픈했지만 골목마다 즐비한 텅 빈 가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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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03-28 17:04
  • [디카시 산책] 킬리만자로의 새

    [디카시 산책] 킬리만자로의 새

    킬리만자로의 새*먹잇감 썩은 냄새를 피해스스로 외롭고 쓸쓸해진 까마귀야 네가 기다리는 봄은 지금,수만 가지 들뜬 비밀들로 가득하구나*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제목을 변용함일본 북해도 시코츠 호수에 갔을 때 3월인데도 영하의 날씨 탓으로 인해 손발이 얼 정도였다. 순간, 나무가 아닌 빙벽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심장 저 밑바닥에서부터 울리는 소리로 혼자 울던 까마귀. 뒤에 있던 나무는 꽃눈이 만들어져서 ‘수만 가지 들뜬 비밀들로 가득한데’ 썩은 고기나 찾아다니며 늘 죽음 가까이에 있는 까마귀는 새로운 생명들로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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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3-14 14:06
  • [디카시 산책] 거리의 명인(名人)

    [디카시 산책] 거리의 명인(名人)

    거리의 명인(名人)황하강 황톳물 찍어 쓴 글아무리 단단한 돌에 새기더라도그걸 쓴 명인도 뒷 물결이 앞 물결 밀어내듯 사라지고남은 자리는 늘 새로운 사람이 채우는 시간의 강중국 서안에서 진시황릉 가는 길에 먹물이 아닌 누런 강물을 떠와서 혼신의 힘을 쏟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사람을 만났다. 몇 분 동안이나 보고 있는데도 계속 글을 썼다. 글 쓰는 걸 그만 두고 일어서면 가서 눈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여행객의 발걸음은 바쁘고 해서 내려올 때 인사라도 하려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진시황릉으로 향했지만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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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02-24 10:54
  • [디카시 산책] 도플갱어

    [디카시 산책] 도플갱어

    도플갱어나와 너라는 동의어가칼로 자른 듯 분명하다 왜?라는 질문이 자꾸 자라는이 무해한 의심 앞에서‘도플갱어(doppelganger)’는 1796년 장 파울(Jean Paul)의 소설 ‘지벤케스(Siebenkäs)’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로 ‘자신과 똑 같이 생긴 다른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 이는 쌍둥이가 아님에도 지구상 어딘가에는 자신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은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면서 동시에 ‘너’이기도 한 다른 사람이라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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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2-10 11:29
  • [디카시 산책] 존재감

    [디카시 산책] 존재감

    존재감이 악물고 깡으로 버티더니이토록 뜨거운 한 생이라니! 생을 건너는 감 다 떨어진 건 아니었나 보다마침내, 꽃처럼 활짝 웃는 법을 배웠으니까치밥이나 하라고 남겨둔 감이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시끄럽게 울어대던 새들은 보이지 않고 저 홀로 익어가서 저토록 붉게 빛난다. 가히 존재감 하나는 독보적이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날이 춥다. 그래서 그런지 붉은 빛이 더 그립고 눈에 확 띈다. 청시에서 홍시가 되기까지 그 수많은 날들을 깡 하나로 버텨왔으니 어찌 붉지 않으리. 한 생의 완성이 저렇게 아름답고 고고하고 고결하다면 해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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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01-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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