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천지사방에 온통 연어 떼
꽃 비린내 진동한다
은빛 반짝이며 물길 거슬러 올라
꽃비늘 눈부시게 환한 봄날
봄비가 오자 온통 천지사방에 벚꽃 잎이 흘러넘친다. 마치 연어 떼가 산란을 위해 모천하려고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 같다. 아무리 많은 장애물이 있어도 아무리 먼 거리여도 처음 태어났던 강의 물 냄새를 기억했다가 돌아오는 연어 떼처럼, 바닥에 떨어져버린 꽃잎들이 한때 눈부시게 빛났던 사월의 꽃나무를 잊지 못해 산란을 마치고도 다시 모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고 빗물이 다 마르고 나면 꽃잎은 다시 한 번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사라질 것이다. 꿈속에서 잠시 만난 정인처럼 아쉽다는 말조차 입 밖에 내기도 전에 다시, 없는 계절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짧은 봄날이 져버리고 여름이 무성해질 것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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