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틈새

틈새

어떤 이에게는 허술해보여도

누군가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아무리 답답해도

빈틈 몇 개는 있어야 숨을 쉰다


아무리 답답한 틀에 갇혀 있다하더라도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다른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무리를 보면 괜히 응원해 주고 싶다. 흙 한 줌 없는 돌 틈이거나, 시멘트 갈라진 틈바구니에서도 생명을 키우고 불만 하나 없는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꽃을 피워내는 풀들을 볼 때마다 경이로움 그 자체를 마주한다. 사람들은 빈틈이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틈을 내보이는 순간, 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을 당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조금 모자란 듯이 사는 게 편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건 그닥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신경을 쓸 곳이 많아서 타인에게 관심이 그리 많지 않으니 나 또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뿐이다. 저 빈틈을 비집고 나와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완성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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