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똥
이걸 캐내느라
말라비틀어진 손가락마다 맺힌
피눈물인데
길짐승에겐 한 끼 간식
날짐승에겐 최고의 밥상
새빨간 앵두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저 핏빛, 말라비틀어진 손으로 제 몸속에서 캐내느라 손가락마다 피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아 선뜻 딸 수가 없다.
‘루비’라는 최고의 보석에 ‘똥’이라는 기피 대상 1호를 결합하여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연상케 하는 ‘루비똥’으로 제목을 삼은 건 아무리 비싼 명품 가방인 ‘루이비통’도 내게는 그저 무엇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일 뿐이고, 앵두는 내게 단지 한 끼 간식거리일 뿐이지만 배고픈 새들에겐 자신의 배고픔을 달래는 최고의 밥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하찮아도 어떤 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자양분이 되어 뭇 생명을 키우는 것이므로, ‘루비똥’인 앵두는 그 어떤 명품보다도 귀하고 감히 한 입 간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가 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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