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가시가 제 눈물을 찌를 때

가시가 제 눈물을 찌를 때

도저히 억울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온몸이 뾰죡뾰족 세상을 향할 때

 

슬픔은 남몰래 

가시를 둥글게 감싼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세상을 원망하면서 스스로를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잔뜩 세우고 공격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을 찌르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군가 곁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어줬더라면, 위로를 건넸더라면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내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이웃에게 너무 무관심하다. 

그러는 사이에 너와 나 우리 모두는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온몸에 가시가 돋쳐서 세상을 향할 때, 함께 슬퍼해 주는 누군가의 눈물로 그 가시들을 감싸준다면 억울하던 마음도 자연적으로 사라지고 가시 돋친 마음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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