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푸게 하는 세상, 화병 조심
술 푸게 하는 세상, 화병 조심
  • 관리자
  • 승인 2010.02.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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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극중 옥봉(박정수 분)과 인식(임채무 분) 사이의 황혼전쟁이 화제다.

전형적인 가부장제도 스타일의 남편과 순종형 스타일의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속에 결국 아내는 ‘화병’이라는 진단까지 받게 된다.

결혼 후 30여 년 동안 기 한번 못 펴보고 헌신적인 아내 역할을 자청해 온 옥봉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통증과 뒷목의 뻐근함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된다.

극중 옥봉처럼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오랜 동안 가슴앓이를 해온 중년의 주부라면 한번쯤 ‘화병’을 앓아 왔을 것이다.

화병은 분노증후군의 일환으로 평상시 분노를 가슴에 담아두면서 서서히 축적된 ‘화’로 인해 나타나며, 분노와 억울 등의 격한 감정과 함께 가슴 답답함, 열감, 가슴 혹은 목 부위 이물감, 치받아 오르는 느낌 등의 중요증상이 나타나고 불안, 불면, 입 마름, 두통, 어지러움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단 화병은 신체, 정신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신체적 증상:두통, 심장이 뛰고 가슴이 답답함, 가슴의 통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안면홍조, 만성피로, 상열감 등
△정신적 증상:불면, 기억력 감퇴, 공허함, 집중력 저하
△감정적 증상:신경과민, 우울증, 분노, 근심, 걱정, 인내부족, 불안초조
△행동적 증상:과음과 과식, 흡연과다, 욕설·폭력 등 과격한 행동 증가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는 ‘화병’을 ‘hwa-byung’이라는 우리말 용어를 쓰면서 ‘한국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설명되며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화병은 책임감이 강하며 양심적이고 감정을 잘 억제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되는데, 오랜 세월 남성 위주의 사회나 가정환경에서 받은 억울함을 참고 지내 온 중년 여성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직장 스트레스가 많거나 자신이 힘든 것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남성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최근에는 장기불황에 따른 고용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30~40대 남성들, 대학입학 수험생,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까지도 ‘화병’의 사례가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화병’은 연령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와 함께 복합적인 이유로 그릇된 ‘음주문화’를 부추긴다.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술 푸게 하는 세상’처럼 현실 속에서 발생되는 억압과 스트레스를 술로 풀 수밖에 없게 만든 다는 것. 어떤 질환을 막론하고 치료법으로 ‘술’은 최악이다.

화병이 연령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평소 스트레스가 쌓일 때 마다 술로 푸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지양해야 하며, 평소 화나 불만사항을 주변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유하고 풀어 나가거나, 자기가 평소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나 운동 등을 통해 풀어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화병의 증세가 나타나면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을 주고 이것이 오래되면 여러 가지 심각한 증세가 나타난다. 우울증, 정신질환, 두통, 불면증, 어지럼증, 흉통, 비만뿐만 아니라 혈압이 오르거나 당뇨수치가 오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증세가 가속화되고 심해지면서 담석증, 정신착란증,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증세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중년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감소되는 폐경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병과 갱년기 증상을 혼동할 수 있으므로, 평소 가슴에 열이 나고 뻐근하며 뭔가 뭉쳤다는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면밀하게 상담한 후 정확한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년여성의 경우 ‘화병’과 ‘갱년기 증후군’간의 증세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만큼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흉통을 느낀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심장질환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또 화병은 장기간 사회나 가정에서의 억압 등에 의해 발생되는 만큼 생활 속에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먼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면,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며, 전문의와 상담 후 약물 요법을 통해 치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사회재활 프로그램으로 웃음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운동치료 등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며, 명상이나 등산, 화초 가꾸기, 음악 감상이나 노래를 부르는 등의 방법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동현 서울시북부노인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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