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노인회원들의 성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노인회원들의 성원
  • 장한형
  • 승인 2006.09.04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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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오전 9시. 한계령과 가리봉이 만나는 계곡을 중심으로 시간당 122mm라는 엄청난 물 폭탄이 떨어졌다.

 

녹음 짙던 웅장한 산은 사방이 독수리 발톱에 할퀸 듯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 폭탄은 29명의 귀중한 생명과 2만여마리의 가축을 앗아갔다.

 

소중한 삶의 터전인 517동의 주택과 700여ha의 농경지를 파괴했다. 또 도로와 전기, 상수도 등이 단절되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재산피해를 입었다.


산비탈에서 쏟아진 황토와 집 채 만한 바위, 줄기는 부러지고 껍질까지 벗겨진 오륙십 년 된 나무등걸이 지푸라기처럼 날리고 있었다.

 

어느 곳이 밭이고 하천인지 구분이 안 되는 낯선 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털썩 주저앉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망막함으로 절망하는 회원들의 갈고리 같은 손을 잡고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수마가 할퀸 상처는 TV를 통해 즉각 생중계됐다. 필자도 TV를 보며 하늘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휴대폰과 전화벨이 계속 울려댔다.

 

대한노인회 안필준 중앙회장을 비롯해 전국 연합회장, 지회장, 경로당 회장들의 안부와 위로전화가 잇달았다.

 

그리고 안필준 중앙회장과 서정목 강원도연합회장이 수재민을 돕자고 긴급 제언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가족처럼 근심과 걱정을 함께 떠안으려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용기가 솟았다.

 

인제군지회장인 필자 또한 회원들의 안부가 궁금해 그 이튿날부터 통행이 가능한 피해 경로당부터 방문하기 시작했다.


몇 날을 가슴 졸이며 지내던 차에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정성스런 사랑이 찾아들었다. 경기도 과천시지회가 수해지역 회원들에게 280만원을 보내왔다.

 

고양시 일산구지회장과 회원들은 인제를 직접 방문해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전달하고 돌아가는 등 현재까지 17개 지회 및 기관에서 모두 3724만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인제군지회는 이사회를 소집해 성금 답지 사실을 알리고 성금의 쓰임새를 논의했다. 우선 피해 사실부터 확인, 조사했다.

 

회원 가운데 1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50명은 주택이 완전히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18명의 회원도 주택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절반 정도는 건질 수 있었다. 주택 신축비용을 감안한 지원금이 가장 열악해 반파는 10만원, 완파 유실은 반파 위로금을 제외한 금액을 모두 지급키로 결정했다. 성금을 이용해 주택신축에 1인당 60~70만원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이 돈은 진흙에 떠밀려 흔적도 없어지고 지붕 또는 기둥만 덩그러니 남은 집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종자돈이다.

 

지금도 몇몇 지회에서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있으니 희망의 종자돈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같이 전국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인제의 수해 노인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절망 속에서도 삶의 터전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 인제군청에서 각 기관, 사회단체,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호우피해 및 복구상황에 대한 보고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전국 노인회에서 답지한 성금이 중심 화제로 거론됐다.

 

대한노인회 회원들을 대신해 참석자들로부터 이구동성 찬사와 고맙다는 인사말을 받았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재기의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고 노인회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준 대한노인회 중앙회 안필준 회장을 비롯해 전국 회원 여러분께 수해 피해를 입은 지역의 회원들을 대표해 지면으로 나마 감사의 마음을 담은 큰 절을 올린다.

황기석 대한노인회 인제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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