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금융자산은 2009년에 큰 폭으로 증가해 1000조원을 상회한 지 7년 만에 2000조원을 돌파했다. 1인당 개인금융자산도 4000만원을 넘었다. 개인금융자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증가했기 때문. 그 중에서도 특히 주가 급반등으로 ‘주식 및 수익증권’이 144조5000억원이나 큰 폭으로 증가했고, 안전자산선호 현상으로 ‘통화와 예금’도 98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국내 개인금융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미국·일본과 비교해 보면 현재의 금융자산 규모와 구조로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첫째, 은퇴 후 개인 생활에 필요한 금융자산이 크게 부족하다. 총자산의 20%에 불과해 실물자산 가격 변동에 의한 위험흡수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실물과 금융 자산 간의 유동성 불일치 문제에 빠질 수 있다.
둘째, 노후대비 자산 축적이 쉽지 않다.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비중이 높아 수익창출이 어렵다. 특히 ‘통화와 예금’ 가운데 현금과 결제성단기저축의 비중이 27%에 이르고,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정기예금의 실질 수익률은 사실상 제로에 근접해 있는 수준이다.
셋째, 급속한 고령화로 전반적인 리스크관리 능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높은 자산 비중이 크다. 주가 등 시장변수들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 및 수익증권’의 직접투자 비중이 76%나 되어 주가변동에 따르는 리스크가 높은 현실이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간접투자도 해외펀드 비중이 커지면서 해외 주가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 위험까지 안고 있다.
넷째, 인구수명이 길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자산 부재로 노후생활 대비가 취약하다. 국내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장기채 비중은 3.8%에 불과한데 이는 미국의 22%, 일본의 33%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편 정책당국은 무엇보다도 개인자산 중에서 가장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물자산 가치를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저금리·과잉유동성에 의해 형성된 부동산버블이 급격한 출구전략 시행으로 갑작스럽게 파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실물자산이 금융자산 부족을 대신할 수 있도록 금리 및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역모기지제도와 같은 실물자산의 금융자산화를 촉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등 국내 채권시장구조를 개선해 장기채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매우 시급하다.
한편 금융시장의 변동 폭이 심화되고, 가계의 리스크노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개인들의 적절한 대응도 중요하다. 금융기관은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개발하여 개인들이 건강하게 금융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개인도 과다 리스크노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고령화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리스크관리를 위해 스스로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제고해야 한다.
<김병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