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학살 문제, 정부가 나서야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문제, 정부가 나서야
  • 안종호
  • 승인 2010.06.18 14:44
  • 호수 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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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 전쟁이란 특수상황서 발생한 정치적 학살”
진실규명이 최우선… 정부는 물론 국회·법원 역할도 중요
▲ 민주당 강창일 의원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민간인학살진상규명위원회는 6월 17일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해결의 현 단계와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임근재 기자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학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시작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의 조사작업이 올해 6월 종료됨에 따라 진화위의 지난 5년간의 활동 성과와 향후 과제를 되짚어보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민간인학살진상규명위원회는 6월 17일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해결의 현 단계와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전쟁 관련 단체 및 일반시민들이 모여 민간인 희생사건의 미해결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기존 국가적 피해보상 현황과 미비점을 찾아내 희생자에 대한 예우가 철저히 진행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학살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생명권, 신체 불훼손권)을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반인도적인 전쟁범죄라는 전제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과거청산’의 여러 과제 중에서 가장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블랙박스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진실규명과 피해자 및 유족 구제 등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기조발제에서 “민간인 피학살 문제 해결에 대한 정치적 공감대가 낮고, 지적인 성찰과 정리작업도 대단히 빈약하다”며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사건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정치적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응답과 사죄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는 미국의 냉전 정치, 동아시아 냉전구조 전체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인권침해나 학살을 용인, 정당화해 온 법조항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소시효, 소멸시효 관련 조항의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수 학살규명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응답’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던 미군과 인민군에 의한 집단희생 사건을 분석하고, 후속작업의 공조체제 구축을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외군과 적군’의 집단학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단 현실을 고려한 국가의 공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시 정치권과 사회운동 진영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진화위의 진실규명 작업은 조사와 법 개정, 후속조치를 뒷받침하는 극히 기초적인 작업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민간단체, 유족들이 협력해 밝혀진 진실을 사회전체에 확산시키고,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명예회복을 도울 수 있는 후속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화위의 성과는 진실규명이라는 논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사회적 화해를 부분적으로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응답을 요구했다.

정 교수는 “국가의 응답은 법적·제도적으로 진화위에 위임된 일차적 응답과 정부 내 각 기구들이 권고 내용을 받아들여 제도화하는 이차적 응답으로 구분되는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이차적 응답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최종적 응답은 정부를 넘어서서 국회나 법원의 역할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해결 민간인학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진상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이라며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한 민간과 정부와 유족들의 협력사업의 추진과 사후대책의 공동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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