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잇따른 여아 유괴·성폭행 충격
[이슈이슈 ]잇따른 여아 유괴·성폭행 충격
  • 연합
  • 승인 2010.06.18 15:02
  • 호수 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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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만 어르신, 어린이지킴이운동 재시동할 때

조두순과 김길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수철이 어린 초등학교 여학생을 무참히 짓밟아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어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괴와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노인회 전국 조직을 기반으로 조성된 어르신들의 ‘어린이지킴이국민운동’의 부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전북 군산에서는 중학교 3학년생들이 초등학교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군산경찰서는 6월 17일 상습적으로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군산 모 중학교 3학년 김모군과 손모군 등 3명을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한 동네에 사는 초등 6학년생인 A양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다.

지난 3월초 가출한 이들은 남동생과 단 둘이 살고 있는 A양의 집에서 한 달동안 머물며 주인행세를 해왔고, “나가달라”는 A양과 동생을 주먹 등으로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양을 큰 방으로 데려가 수차례 성폭행하기도 했다.

A양은 어머니가 가출한 데다 지병으로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 수년 전부터 동생과 단 둘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양과 동생을 협박해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했지만 최근 A양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A양 인척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의 경우 A양 남매의 가정형편을 감안, 한 마을 어르신들이 유심히 관찰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는 10살 안팎의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비롯해 중고교 여학생들이 귀갓길에 남성들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며 사후조치를 묻는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중학교에 입학하면 1학년 때 3학년 오빠들에게 성폭행 당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글을 올려 가히 충격적인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당국의 아동 안전망에 허점이 드러나자 ‘화가 난’ 아버지들이 직접 학교 주변 지키기에 나섰다.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학교와 가까운 서울 영등포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6월 11일부터 매일 아버지회 회원 30여명이 2인1조로 학교 안팎을 순찰하고 있다.

위험에 처한 학생이 빨리 알아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노란색 완장을 차고 야광조끼를 입은 아버지들은 평일 저녁과 주말 교내 운동장과 공터는 물론 학교 주변 우범지역 등지를 돌며 자녀가 범죄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지 감시한다.

김수철처럼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수상쩍은 남성뿐만 아니라 금품을 갈취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불량 청소년, 이따금 나타나는 ‘바바리맨’도 요주의 대상이다.

교사들이 절반만 출근하는 토요휴업일에는 복도와 화장실 등 건물 내부도 세심하게 살펴 ‘안전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그러나 이처럼 아이들의 안전문제에 시간을 쏟다보니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의 인력을 활용한 순찰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근 골목골목을 다니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가 어린이 유괴 범죄를 막은 사례는 어르신 순찰대의 활약에도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판매원 이효숙씨가 5월 22일 서울 동대문 부근에서 일하던 중 한 남성이 8세 초등학생 2명에게 다가가 “1만원을 줄 테니 따라오라”고 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112로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에 붙잡힌 이 남성은 조사결과 전과 24범으로 드러났고, 서울경찰청은 이씨에게 감사장과 격려금을 전달했다.

이씨는 “일하면서 어린이들을 자주 보는 데, 그날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뜸해진 어르신들의 ‘어린이지킴이국민운동’이 다시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한노인회는 2008년초 안양 어린이 유괴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어린이유괴·성범죄추방국민운동’을 전개, 2009년 중반까지 어린이 안전지킴이로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후 각 지회별 활동이 뜸해졌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조두순, 김길태 사건과 김수철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전국 어르신들의 재결집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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