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준 어르신들 덕분이지요”
“신뢰 준 어르신들 덕분이지요”
  • 연합
  • 승인 2010.07.02 11:08
  • 호수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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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하는 전국 첫 장애인 보건소장 김세현(59)씨

“저는 엄청난 행운을 타고난 남자예요. 부모와 형을 잘 만난 복, 집사람복, 환자복, 직원복…”

중증 장애인으로는 처음 보건소장을 맡아 화제가 됐던 김세현(59) 광주 북구 보건소장이 7월 공로연수에 들어가 공직생활을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선천성 뇌성마비 3급인 김 소장은 1981년 광주 동구보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1982년부터 20년간 북구 보건소 의무 5급 일반의사로 근무하다 2003년 승진해 북구 보건소장에 올랐다.

김 소장에게는 시련이 많았다.

그는 1980년 9년 만에 힘겹게 전남대 의과대를 졸업하고도 수련병원에서 몸이 불편한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 은사의 도움으로 1987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얻었다.

보건소에서도 계약직 신분이었던 그는 재계약 시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선에도 맞닥뜨려야 했다.
그는 “전국 보건소 의사들을 모두 모아놓고 누가 환자를 잘 보는지 경쟁을 시켜봐라. 누구랑 맞서도 자신있다”는 오기로 맞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김 소장은 “장애를 의식하고 살았다면 중학교 정도까지는 잘 졸업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장애 극복의 비결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의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더 들어주려는 노력은 보건소를 이용하는 노인들 사이에 그를 명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는 “소장이 되기 전에는 하루 200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며 “(장애를 가진) 내 모습에 못 미더워하던 어르신들이 ‘보기보다 괜찮다. 여기 약 먹으니 잘 낫더라’고 말하고, 고맙다면서 꼬깃꼬깃한 껌을 건넬 때에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이어 “내가 겉보기에 신뢰감을 못 주는 상황인데도 꾸준히 보건소를 찾아준 어르신들이 없었다면 보건소 생활이 의미 없었을 것”이라며 “괴팍한 성격을 가진 소장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 집사람을 비롯한 가족들도 없었다면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업의에 대한 유혹도 받는다는 김 소장은 퇴임 후 의료봉사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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