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리더]“일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
[시니어리더]“일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
  • 안종호
  • 승인 2010.07.23 10:42
  • 호수 2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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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까치택배’ 현장관리자 송정의(70) 어르신
▲ 서울 강서구 ‘까치택배’ 현장관리자 송정의(70) 어르신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초록색 모자와 조끼를 입고 단지 구석구석을 누비는 백발의 ‘홍길동’이 있다. 강서시니어 까치택배 관리소장인 송정의(70) 어르신이 그 주인공.

까치택배는 택배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노인들이 아파트 각 가정에 택배물을 배달하고, 개당 수수료를 합산해 어르신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비영리 노인일자리기업이다. 지난 1월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됐다. 송정의 어르신은 까치택배를 설립하고, 운영을 책임지고 있지만 여느 직원과 똑같이 배달수량 만큼 급여를 지급받는다.

까치택배는 2009년 6월,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생업 탓에 낮에는 대부분 집을 비우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경로당에서 택배물품을 맡아주던 것이 발단이 됐다. 경로당에서 귀가하는 어르신들이 자택 인근 이웃들에게 택배물을 전해주다 아예 사업화를 꾀한 것.

직장생활만 했던 송 어르신에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택배회사를 섭외하는 것부터 장소확보까지 쉬운 일이 없었다. 한 달여 동안 지역 택배 사무소와 동사무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직접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토지주택공사가 단지 내 유휴지 100평을 무료로 임대해 줬고, 3곳의 택배회사와도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송 어르신은 “보통 택배 기사들은 젊은데, 노인들이 벨을 누르면 처음엔 문도 잘 안 열어 줬다”며 사업초기의 어려운 때를 떠올렸다. “지금은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까치택배를 찾는 단골 고객도 늘었다”며 “노인들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인정받은 것이어서 매일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현재 까치택배에는 15명의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다. 평균 나이는 65세. 최고령자는 74세다.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배달 물량이 하루 평균 400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3배 이상 늘어난 1200여개를 배달하고 있다. 건강상태와 경력에 따라 배달물량이 달라지지만 어르신 직원들은 최소 1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다.

송 어르신이 칠순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송 어르신은 2001년 초, 당뇨병과 결핵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했다. 두 질환은 치료방법도 달랐고, 결핵의 경우 상태가 심각했다.
2년 넘는 투병생활을 했고, 오른쪽 어깨부터 허리까지 40cm를 절개해 결핵이 퍼진 갈비뼈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재활과 요양에 힘썼고, 2004년 병마와 싸워 이겼다. 이후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섰다.

그의 좌우명도 ‘일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로 변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송 어르신은 까치택배 외에도 가양 7단지 경우경로당 회장과 대한노인회 강서구지회 감사, 가양 3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백발 홍길동’이다.

송 어르신은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상자에 고객의 설렘과 우리 노인의 희망을 담아 힘닿는 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며 “친절과 성실함으로 고객이 먼저 찾는 까치택배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송정의 어르신.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열정과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친절’과 ‘성실함’으로 꾸려가는 까치택배가 그의 바람대로 고객이 먼저 찾는 택배사업단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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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호 2010-08-04 14:18:54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으로 기쁘게 일하시는 까치택배 송정의어르신과15분의 어르신들에게 뜨거운 박수를보내드립니다. 저는밀양시교동에 살고있는65세의남자인데 지금일거리를 찾고있는중인데 이기사를보고 도전받고 이곳밀양에도 제가 주도해서 이런일자리를 개척할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