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리서치, 보람찬 노후를 열어주는 기회의 장소”
“탑리서치, 보람찬 노후를 열어주는 기회의 장소”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1.04 10:00
  • 호수 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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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기업 ‘탑리서치’ 회장 최혜송(73) 어르신

▲ 설문조사 전문 고령자기업 '탑리서치'의 최혜송(73·사진) 회장이 일하는 노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인일자리가 단기·단순 업무에 국한된다는 사회적 통념을 유쾌하게 깨뜨리는 이가 있다. 고학력 은퇴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활용한 지식기반 고령자기업인 ‘탑리서치’ 최혜송(73·사진) 회장이 주인공이다.

‘탑리서치’는 100여개의 사회조사 전문 협력사와 제휴하고 있는 리서치 전문기업이다. 지난 2007년 2월,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작은 사무실에서 10여명의 조사원들이 모여 시작한 사업이 이제는 60세 이상 어르신 40여명을 채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의뢰기업이 많아져 3명의 ‘신입사원’도 뽑았다.

최 회장은 “설문조사 업무는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인들의 연륜과 전문성이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조사를 위해 기업체나 관공서 간부들을 만나야 하는 업무 특성상 노인들의 풍부한 사회경험과 인맥이 경쟁력 있는 무기가 된다”며 “한번 설문을 요청했던 기업 대부분이 다시 우리 회사를 찾는데, 이는 우리 노인들의 능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의 노하우와 연륜을 장점으로 부각시킨 ‘탑리서치’는 대기업의 각종 통계조사를 비롯해 산림청, 조달청, 산업자원부 등 주요 정부부처의 실태조사 및 수요조사에 참여하며 업계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우수기업으로 선정됐고, 올해 초에는 서울시 고령자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10월 20일에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사무실까지 얻어 개소식도 가졌다.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데는 최혜송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능력은 있어도 나이의 한계에 부딪혀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노인들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었다.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춘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리고, 확대해 나가는 것을 내 인생의 마지막 사명이라 여겼다”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했다.

또 “탑리서치가 노인들에게 아름다운 노후를 열어줄 수 있는 기회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수익의 10~20%를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젼도 제시했다. 현재 ‘탑리서치’는 서울시가 지정하는 예비 사회적기업 등록을 준비 중에 있다.

최 회장이 처음 설문조사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03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의 나이 65세. 공군 대대장을 역임하며 20여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무역회사 이사와 오피스텔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쉼 없이 달려온 뒤였다. 이미 군인연금과 직장연금으로도 여유있는 노후생활이 가능한 여건이었지만 그는 일을 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리서치업체 KDN(코리아데이터네트워크)였다.

그의 첫 임무는 바로 제지회사 기계장비 현황 조사였다. 정비장교 출신으로 기계에 일가견이 있던 그에게 그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렇게 조사원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자 일은 점점 늘어났다. 그의 열정도 함께 커져만 갔다.

“조사처를 돌아다니다보면 하루 3만보 이상을 걸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 훨씬 컸다. 아름다운 노후는 늙어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실현 가능하다.”

지칠 줄 모르는 73세 설문조사원은 ‘사회 기여에 참여하는 고령자기업’을 목표로 오늘도 바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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