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환경적 요인 결합이 ‘장수’ 열쇠
유전-환경적 요인 결합이 ‘장수’ 열쇠
  • 관리자
  • 승인 2006.10.20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석학들 심포지엄-장수에 대한 국제적 비교연구

지난 18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촌 전북 순창에서 백세인(百歲人) 연구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국제 백세인 심포지엄’이 열렸다. 박상철 서울대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이날 심포지엄은 미국과 유럽, 일본, 오키나와, 한국 등 5개 권역의 백세인 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인간의 장수에 대한 국제 비교연구를 통해 유전적 요인과 사회환경적 요인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토의했다. 주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간추렸다. <편집자주>

▶ 미국의 백세인 연구

레너드 푼(조지아대 교수)=다양한 연구결과 생활습관, 영양, 일상생활 활동성, 정신건강, 성격, 사회적 부양, 인지기능과 유전적 소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과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즉 결정적인 장수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답을 얻지 못했다.

 

앞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장수 요인을 보다 명백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미카엘 재즈윈스키(루이지아나 주립대 교수)=조지아 백세인 연구는 3가지 특정 유전자를 장수 유전자로 설정해 여러 인구집단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이 완전히 끝날 때가지 확신할 수 없지만 연구 중인 3가지 특정 유전자가 장수와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이 염증, 뇌혈관 질병, 세포 손실 등 생물학적 노화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단정하고 있다.


피터 마틴(아이오아 주립대 교수)=환경적으로 유도된 유전자는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될지는 환경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즉, 유전자나 환경이 계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노화나 장수를 결정짓는다. 예를 들어 환경적 요인으로 생긴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뇌를 다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 ‘D9N’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흡연하면 허혈성 심장병에 걸릴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스트레스, 사회적 부양, 인지상태, 성격, 영양상태 등 환경적 요인이 유전인자와 상호작용해 장수 또는 노화를 결정짓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릴 수 있다.

   순창지역 100세 이상 어르신들이 국제 백세인 심포지엄에 참석한 학자들로부터 천수패를 전달받고 있다. 아랫줄 맨 왼쪽부터 적성면 설복순(100)씨, 구림면 신순님․박복동(103)씨.                                                        사진․서장경 전주 명예기자

 


▶유럽의 백세인 연구

미셀 플랑(벨기에 게답 루벵 기독교 대학 교수)=전 세계 11개국을 대상으로 ‘초장수 지수’(ELI)를 조사한 결과 여자의 경우 일본 오키나와, 남자는 이탈리아 남부 사르디니아 지역의 장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초장수 지수는 그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 10만명당 100세가 된 사람의 비율을 가리킨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키나와 지역 장수 여성들은 활동량이 특히 많았고, 사르디니아 남자들은 유기농 음식을 즐겨 먹으며 젊었을 때부터 일을 많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장수는 유전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장 마리 로벵(프랑스 몽페리에대 교수)=105세가 넘은 이른바 ‘슈퍼 백세인’에 대한 통계자료를 통해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나이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미래의 평균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성인이 될 것이며, 이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성인기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장수 비결을 푸는 해법이 될 것이다.


보 해그보그(스웨덴 룬드대 교수)=100세 이상 된 스웨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평소 활동정도, 체질량지수, 마른 체중 등으로 판정되는 좋은 건강상태와 언어능력, 공간감각 등 인지기능이 장수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유전인자와 결혼, 성격 등 환경적 요인보다는 개인의 생활습관과 특성이 장수에 더욱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백세인 연구

야스유키 곤도(동경종합노화연구소 연구원)=긍정적이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좀 더 오래 살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에 따라 성격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이 장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백세인의 경우 성실한 성격과 신경과민형 성격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향적인 성격은 스트레스 제공자의 위협을 약하게 평가해 충격을 덜 받았고, 신경과민형 성격의 소유자는 신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미리 의사를 찾아 상담하기 때문에 질병을 일찍 고쳐 건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야스미치 아라이(게이오대 교수)=백세인 66명의 체질량지수를 분석한 결과 혈장의 ‘아디포넥틴’ 농도가 매우 높았다. 지방세포로부터 분비되는 항염증 단백질인 ‘아디포넥틴’은 에너지의 항상성과 혈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일정 역할을 수행해 장수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오키나와의 백세인 연구


브래들리 윌콕스(미국 하와이대 교수)=현재 전 세계에서 일본 오키나와섬 노인들의 수명이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는 100세 노인인구가 10만명당 50명이 넘을 만큼 초장수인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심혈관 건강이 중요한 생존 인자임을 밝혀졌다. 부분적이지만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와이 수명연구 결과 매우 마른 체형의 중년과 노년기 남성들이 건강상태가 좋고, 수명이 확실히 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체중과 체질량지수가 낮고, 신체활동은 높으며 혈당과 혈중 인슐린 농도는 낮은 반면 고밀도 콜레스테롤 농도는 높은 경향이었다.

▶한국의 백세인 연구

이미숙(한남대 교수)=전라도와 경상도, 강원지역 9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흡연과 음주를 절제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편이었다.

 

또 가족과 함께 사는 비율이 높았고, 하루 3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육류보다는 채소류와 두류 등 식물성 식품군을 자주 섭취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장수 노인의 식사량뿐만 아니라 영양의 질도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추측된다.


전경수(서울대 교수)=호적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1910년 이후 전북 순창지역은 장수 백세인이 많았다. 1920년대 59세이던 평균수명은 1990년대 83세로 높아져 전국 평균 73세보다 10세나 많았다.

 

60세 이후 기대여명도 평균 27년으로 전국 평균 19년보다 8년 많았다. 그러나 순창군은 인구규모 감소, 고령화, 혼인연령 상승, 출산력 하락 등의 요인으로 지역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인구유출 등으로 마을이 없어지면 장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수에 도움을 주는 산업시설을 유치해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