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인사회 등불 밝힌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2010년 노인사회 등불 밝힌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2.23 21:17
  • 호수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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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庚寅年) 호랑이 해가 물러고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본지는 경인년 한 해 동안 호랑이처럼 역동적이고 활기찬 기세를 이어 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 리더’들을 만났다. 노인권익보호와 복지증진, 여가문화 진흥, 일자리 확충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소개됐다. 2010년을 마무리하며 ‘올해를 빛낸 시니어리더’ 4인을 선정했다.

“노인정보화교육에 여생 마칠 터”
▲이도필(84)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서울원로방 회장

▲ 이도필(84)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서울원로방 회장
어르신들을 위한 정보화교육장 마련을 위해 개인 사무실을 기꺼이 희사했던 사단법인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서울 원로방의 이도필(84) 회장.

이 회장은 서울 원로방 회원 10여명과 ‘노인을 위한 공간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데 뜻을 모으고, 자발적 성금을 걷어 지난 10월 9일 어르신정보화교육장을 개설했다.

원로방은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정보화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 노년층 온라인 커뮤니티. 현재 포털사이트 파란에 온라인 클럽을 운영 중이며 55세 이상 전국 회원이 5535명에 달한다. 더불어 이번에 서울지역에 개설된 전용 교육장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경남 등 총 10개 지역에 오프라인 정보화교육장을 운영 중이다.

이 회장은 노인들의 정보화 능력 향상이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귀중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노인 정보화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역기능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대화 상대가 없거나 소외된 노인들에게 인터넷은 매우 적절한 해결책이 된다”고 말했다.

본지 인터뷰 이후 원로방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르신들의 교육문의가 쇄도해 교육 최대인원 30명을 초과하고도 30여명의 교육희망자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주2회 교육을 주4회 교육으로 확대하고,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과정도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1월 7일에는 행정안전부에 노인정보화교육기관으로 정식등록돼 내년부터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노인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이자 소통의 장소인 원로방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내 마지막 사명이 백세시대을 통해 조금 더 앞당겨지게 됐다”며 “내년에는 인천 어르신정보화교육장 개설을 준비 중”이라고 귀뜸했다.

요즘 이도필 회장의 사무실에는 컴퓨터를 배우려는 어르신들로 북적거린다. 그곳에서 어르신들이 배우는 것은 비단 컴퓨터뿐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그의 사무실에서 꿈과 열정을 채워가고 있다.

 
“노인일자리 늘리는 것이 나의 사명”
▲송정의(70) 서울 강서구 ‘까치택배’ 현장관리소장

▲ 송정의(70) 서울 강서구 ‘까치택배’ 현장관리소장
‘백발의 홍길동’이라 불리며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단지를 누비는 ‘까치택배’ 현장 관리소장 송정의(70) 어르신.

까치택배는 택배사와 계약을 통해 노인들이 아파트 각 가정에 택배물을 배달하고, 개당 수수료를 합산해 어르신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비영리 노인일자리기업이다. 택배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65세, 최고령자는 74세다.

까치택배는 2009년 6월,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경로당에서 택배물품을 맡아주던 것이 발단이 돼 아예 사업화를 꾀한 것.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택배 사무소와 동사무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직접 방문해 도움을 요청하는 일 뿐이었다. 다행히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토지주택공사가 단지 내 유휴지 100평을 무료로 임대해 줬고, 3곳의 택배사와도 위탁 계약을 체결해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지난 1월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되는 성과도 얻었다.

그의 열정은 2년이 넘는 투병생활을 겪으면서 생겨났다. 2001년 당뇨병과 결핵을 앓으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는 끊임없는 재활치료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선물 받았다. 그 후 송 소장은 ‘일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는 좌우명까지 얻게 됐다. 현재 그는 까치택배를 비롯해 가양 7단지 경우경로당 회장과 대한노인회 강서구지회 감사, 가양 3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까치택배가 본지에 보도된 후 그는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문의는 하루에도 몇 통씩 이어졌다. 당시 15명이었던 직원을 21명으로 늘렸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대기인원만 20여명에 이른다.

또 충남 대천, 대전, 대구, 서울 구로구, 서울 양천구 등 전국 15개 지역에서 택배사업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노인회 지회장, 사무국장 등 임원들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견학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 충남 대천의 경우 내년부터 출장 관리를 부탁하기도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백발 홍길동’이 아파트를 넘어 전국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게 됐다.

송 어르신은 “내년부터 더욱 바빠지겠지만 내가 바빠질수록 노인들의 일자리가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며 “어르신들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노인교육과 삶의 질 향상 이끄는 노후생활 안내자”
▲신현구(86) 전북지역 노인대학장협의회장

▲ 신현구(86) 전북지역 노인대학장협의회장
“새롭고 참신한 내용의 질 높은 강의들이 가득한 즐거운 노인대학을 만들고 싶다. 노인대학장은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이끌어 가는 안내자다. 계속해서 찾고 싶은 평생교육의 터전을 만드는 게 나의 역할이다.”

천편일률적인 노인대학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교직 은퇴 후에도 노인대학장으로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신현구(86) 회장. 올해로 7년째 전주시 노인대학장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은 미수(米壽·88세)를 바라보고 있지만 노인대학의 변화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대단하다. 배움에 대한 노인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매 수업시간마다 강의에 동참해 수업의 내용과 질을 직접 평가할 정도다.

또 노인대학 수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전문 강연도 마련하고 있다. 前 충남교육감 강복관 문학박사의 국문학 강의를 비롯해 지역 대학병원과 연계한 건강교양 수업, 대학교수들이 참여하는 경제·사회 분야 강연, 미래장학재단 이사장인 유태영 박사의 특별강의 등도 모두 그의 노력을 통해 이뤄졌다.

신 회장은 “노인대학은 지역을 이끌어 나가는 노인지도자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존경받는 노인’ ‘솔선수범하는 노인’을 만드는 것이 노인대학의 역할이라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전북지역 노인대학장협의회를 구성, 매년 자체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연수협의회장인 그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노인대학 운영계획과 교육프로그램, 강사 섭외 등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보 공유와 토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씩 열렸던 협의회가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열려 더욱 유기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인들의 교육과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는 노후생활 안내자, 신현구 회장. 최근 그의 관심은 온통 자서전에 쏠려있다. 노인대학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운영방안과 교육프로그램을 담은 책을 남기고 싶은 게 그의 꿈이자 목표다. 그의 모습은 이미 많은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책’에 훌륭한 교육자의 모습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연극 통해 삶과 죽음 균형 중요성 전파”
▲심상석(75) 웰다잉 연극배우 및 노인교육지도사

▲ 심상석(75) 웰다잉 연극배우 및 노인교육지도사
올해 75세의 심상석 어르신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 창단한 ‘웰다잉’ 연극단의 최고령 단원이다. 극단의 두 번째 작품 ‘행복한 죽음’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발탁됐고, 살아있는 표정 연기와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긴 대사를 외고, 동선을 익히고, 상대역과 호흡을 맞추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심 어르신은 “버스, 전철, 공원, 집, 길거리가 모두 내 연습장이자 공연장이었다”며 “책임감을 갖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고 있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어 그는 “우리 인생을 여는 ‘웰빙의 문’이 있다면 인생을 닫는 ‘웰다잉의 문’도 있다. 행복이라는 문은 웰빙이나 웰다잉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보이거나 만져지지도 않는다. 다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삶과 죽음이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연극을 통해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는 40년 교직생활을 은퇴하고 노인교육지도사로 활동하는 베테랑 강사였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가르쳤던 그가 어르신들에게 ‘웰다잉’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극을 교육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10월 13일 초연했던 웰다잉 연극 ‘행복한 죽음’은 이미 전라도 광주를 비롯해 전국 10여곳에서 공연됐다. 내년 1월에도 2~3회의 지방공연이 예정 돼 있는 상태. 또 기존에 해오던 노인교육지도사, 지역자치위원, 서인천고등학교 및 한국경기전문대학교 교육이사 등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지방법원에서 청소년 상담도우미 봉사도 시작했다. 일흔 다섯 늦깎이 연극배우의 끝없는 도전은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에도 계속 될 예정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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