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학자가 말하는 ‘삶의 정도(正道)’
노학자가 말하는 ‘삶의 정도(正道)’
  • 연합
  • 승인 2011.01.10 10:41
  • 호수 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 “복잡한 길은 정도 아냐”

“복잡한 길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복잡하면 혼돈이 오고 방황하게 되고 정도를 찾기 어렵게 된다. 자기 인생이나 자기가 하는 직업(일)의 목표를 분명히 정립하고, 그 목표를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수단을 만들어가고 축적하는 길이 삶의 정도다.”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 윤석철(71) 한양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삶의 정도’를 이렇게 정의했다.

필생의 연구업적을 집대성해 응축한 ‘삶(生)의 정도(正道)’(위즈덤하우스, 1만4000원)를 최근 출간한 윤 교수는 “학교에 가면 각 전공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지만 인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없다. 인생을 충분히 살아보고 경험해본 선배는 후배들에게 인생을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책임감에서 쓴 책”이라고 밝혔다.

경영학 교수지만 독문학, 물리학 등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인생과 경영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해온 윤 교수는 이번 책에 “일생 동안 사색한 결과를 담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삶의 간결함을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첫 마디는 ‘복잡함’(complexity)을 떠나 ‘간결함’(simplicity)을 추구하라는 부탁이다.”

0과 1이라는 2개의 숫자만으로 모든 숫자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이진법의 위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윤 교수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2가지 개념으로 인간의 삶을 분석했다.

목적함수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방향이며, 수단매체란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적 도구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 두 가지만 생각하라”면서 “0과 1로 모든 숫자를 설명할 수 있듯이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로) 인생을 전부 설명할 수 있고 계획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안겨줬던 칠레 광부 33명의 극적인 구출도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로 설명했다.
‘구출시간 최소화’를 목적함수로 하고, 이 목적함수 달성을 위한 수단매체로서 드릴 공법이 아닌 망치 공법을 채택, 이진법적 구조로 문제가 간결화되면서 인명 구조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수단매체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활용해 어떤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면서 의미 있는 목적함수의 설정을 강조했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윤 교수는 특히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면서 “인생의 목표 정립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인생을 위해 필요한 지식, 인간관계와 같은 수단매체를 축적해서 능력을 기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의 나이가 70을 넘기면서 주기적으로 10년마다, 출간하던 ‘10년 작(作)’의 약속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약속은 인간을 구속하지만, 약속을 할 수 없을 때 삶은 슬퍼진다”는 윤 교수의 마지막 글은 마음을 짠하게 한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