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넘어 畵壇서 우뚝…6년만에 동양화가 두각
예순 넘어 畵壇서 우뚝…6년만에 동양화가 두각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3.10 14:27
  • 호수 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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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가서 제2인생 개척한 안창수(66) 화백

▲ 은퇴 후 동양화가 데뷔, 한중일 화계를 휩쓸고 있는 설파 안창수(66) 화백
예순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 수묵화가로 등단, 한중일 미술공모전을 휩쓸며 제2의 인생을 화려하게 그려나가는 이가 있다. 올해 66세의 예술가 설파 안창수 화백의 얘기다.

안 화백은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0여년을 근무한 전문 금융인이었다.

안 화백이 그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3년 정년퇴임 후. 은퇴하고 고향에 내려온 그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불교·유교경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경전 연구를 위해선 한문공부가 필요했고, 그래서 서예를 시작했다. 경전 공부를 위해 붓을 든 안 화백은 60여년 동안 잠재돼 있던 그림솜씨를 발견한다. 서예를 통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화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안 화백은 자비로 중국 항주의 중국미술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데는 수출입은행 시절의 출장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무모하기까지 했던 그의 도전은 6개월 만에 대륙의 땅 중국에서 ‘가능성’이란 꽃을 피웠다.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는 의미로 출품한 그의 그림이 ‘호모배 전국 외국인 서화 대전’에서 당당히 입선한 것. 당시 지도교수와 동급생들까지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당초 6개월 일정으로 떠났던 유학을 2년으로 연장했다. 그렇게 그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안 화백은 밤낮을 붓과 씨름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임백년배 전국서화대전’에 호랑이 그림을 출품, 당당히 1등을 차지했고, 그 해 11월 ‘중호배 전국서화예술대전’에서는 독수리 그림을 그려 금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괴테의 파우스트 등 세계 걸작의 60%는 작가의 노년기에 창작됐다. 또 중국 청나라 화가 금농은 50세가 넘어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역사에 남는 작품들을 남겼다. 뒤늦게 붓을 잡았지만 예술과 나이는 무관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 인생은 60부터 아닌가.(웃음)”

그림 공부를 시작한 지 2년도 안 된 신인작가 안창수 화백은 당당히 중국미술가협회에 이름을 올리고 화단에 공식 등단하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곧장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 경도조형예술대학 입학을 위해서다.

그는 “중국에서 그림공부를 마쳤지만 일본의 수묵화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더 궁금해졌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그림을 두루 섭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일본유학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 열도에서도 주목 받았다. 유학 후 참여한 ‘소화미술대전’과 ‘전국수묵화수작전’에서 잇따라 입선을 하면서 그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지난해 열린 일본전일전에서는 작품 ‘붗꽃’을 통해 예술상을 수상하고, 올해 2월 일본 최대 수묵화대전에서는 갤러리 수작상을 차지했다.

안 화백은 국내에서도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 신사임당 예술대전과 포은서예대전 특선을 비롯해 경향미술대전, 부산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등 각종 예술전에서 입선을 차지했다. 또 두 차례의 개인전을 열어 당당히 동양화가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3월에는 고향 경남 양산에서 호랑이전 등 개인전을 개최했고, 이에 앞선 2009년 말에는 서울 인사동 미술관화조화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동양 3국을 휩쓸며 화단에 반향을 일으킨 안 화백 화풍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속도감 있는 운필을 통해 전통 미술을 개성적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술평론가들은 “전통적인 기법에 감각적인 운필과 현대성을 가미한 독창적인 화풍을 높이 산다”며 “작가 특유의 해석과 표현력이 감칠맛 나고 여기에 맑고 풍부한 색채감과 화려함이 조화를 이뤄 현대인들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양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표현한 것이다. 뒷동산의 활짝 핀 목련과 매화, 포도나무 등을 떠올리며 그린 수묵화들이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안 화백은 “어린 시절 산과 들과 하늘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반세기의 시간을 넘어 작품을 그리는데 큰 영감을 준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30년의 사회생활 경험은 전통 수목화에 감각적이고 세련된 색채와 화풍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며 “수묵화의 섬세한 감성과 자연의 깊이를 더하는 데 지난 60여년의 삶의 순간순간이 내게 길을 가르쳐준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모작 인생을 성공적으로 일군 경험을 살려 지역 노인대학을 비롯해 학교, 교회 등에서 특강과 그림지도를 시작한 것.

그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숨 막힐 정도의 감명적인 순간을 얼마나 많이 창조했느냐가 행복하고 보람된 인생의 척도”라며 “이젠 미국과 유럽의 미술을 공부해 세계에 한국 동양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화백은 한중일 동양의 멋을 아우르는 수묵화를 완성키 위해 통도사 양산포교 당내에 동양미술연구수를 마련하고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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