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식물을 키우면 식물은 사람을 살린다”
“사람이 식물을 키우면 식물은 사람을 살린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14 19:14
  • 호수 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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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치료 전도사 한동휴(71) 원예치료복지협회장

“사람이 식물을 키우면 식물이 사람을 살립니다. 원예치료는 식물과 함께 하면서 내가 먼저 행복해진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그 행복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던 4월 8일 사단법인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한동휴(71) 회장은 “우리나라의 원예치료는 짧은 역사에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며 “정부가 추구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21세기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제주도 회장에 이어 지난 2월 중앙회장에 취임한 한씨는 35년간 농촌진흥청 산하 공무원으로 일하다 제주도농업기술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농업 전문가다. 그가 원예치료를 접하게 된 건 2003년 우연히 건국대 손기철 교수로부터 특강을 듣게 된 후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참전 군인들의 치료를 위해 원예치료를 도입한 미국에서 심리적 치유와 신체적 개선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는 설명에 한씨는 무릎을 쳤다. 원예치료의 중심이 자신의 전문분야인 농업인데다 제주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봉사에도 관심이 많던 터였다.

2004년 3월 제주대 평생교육원에 원예치료 강의를 개설, 함께 교육을 받기 시작한 그는 내친김에 2008년에는 제주대에서 ‘원예치료사 양성과정의 운영현황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땄다. 부족한 부분은 책을 찾아보거나 전문가를 만나 보완해 나간 것은 물론이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원예치료는 최근 도심에서 점점 인기를 얻으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하다 보면 복지적인 기능까지 갖게 돼 ‘원예복지’라는 말까지 최근 등장할 정도다.

한씨는 은퇴 후 자신이 가진 지식을 나누며 남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원예치료를 통해 실천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셈이다. 그는 사회복지시설 커뮤니티 가든(공동텃밭) 조성, 실내치료정원 지원 등 지난해 진행했던 다양한 활동 중 도내 24개 경로당을 찾아가 원예치료교실을 연 일을 제일 먼저 꼽았다.

어르신들이 식물을 만지고 심어보는 과정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고령으로 점점 쇠퇴해지는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성취감과 자신감도 갖게 됐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과 손자를 대하듯 매일 대화하며 애지중지 식물을 돌보던 어르신들이 ‘마지막 가는 날까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정성껏 키우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씨는 전했다.

“누워서만 생활하던 1급 지체장애학생이 자신이 기르는 화분에 물을 주려고 입으로 물을 머금어 옮기는 걸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한 어머니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늘 도움을 받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게 원예치료의 힘이죠.”

올해 워크숍 등을 통해 원예치료의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원예치료사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한씨의 꿈은 한라산에 사는 자생식물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효능을 가진 식물을 찾는 것.

공기 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산세베리아 처럼 천혜의 환경을 가진 제주의 식물에도 분명히 사람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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