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어르신들 단기보호시설 배회
갈 곳 없는 어르신들 단기보호시설 배회
  • 관리자
  • 승인 2006.10.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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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입소 45일 초과 금지… 2년간 23곳 옮겨 다니기도

서울에 살고 있는 김모(69) 할머니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은 단 16일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간은 모두 단기보호시설을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야 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04년 1월 ‘OO단기보호센터’를 시작으로 2006년 6월 현재 거주하던 ‘OO노인의 집’까지 모두 6개 기관을 11차례나 옮겨 다녀야 했다.


김 할머니처럼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인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단기보호시설. 그러나 1회 입소 때마다 45일을 넘겨 지낼 수 없고, 연간 90일 이상 머물 수 없다는 복지부의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어르신들이 단기보호시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방황하는 괴현상이 벌이지고 있다.

 

이 같은 규정 때문에 어르신들의 딱한 사정을 잘 아는 시설측에서도 일정기한이 지난 어르신들을 밖으로 내몰 수밖에 없어 애태우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2004년~2006년 6월까지 2년6개월 동안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한 저소득층 4396명의 시설입소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7%에 해당하는 908명의 어르신들이 3회 이상 시설을 이용했다.


시설을 이용한 어르신 가운데 45명은 2년에 가까운 600일 이상을 시설에서 지냈고, 43명은 10회 이상 시설을 옮겨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의 한 어르신은 같은 기간 모두 23차례나 시설에 입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 입소 생활기간이 45일 이하였던 어르신은 조사대상의 35%에 불과한 1474명이었고, 90일 이하는 1318명(31.3%), 180일 이하는 815명(19.4%), 270일 이하는 308명(7.3%), 270일 이상은 294명(7%)으로 집계됐다.


단기보호시설측은 1회 45일, 연간 90일을 초과해 지낼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한정 기간이 지나면 어르신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고, 어르신들은 입소기한이 다가오면 새로 들어갈 시설을 수소문하는 등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국 84개 단기보호시설 가운데 실제로 복지부의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25곳(29.7%)에 불과하고, 70.2%에 달하는 59곳은 규정을 어기면서 어르신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장향숙 의원은 “현재와 같은 규정은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피해만 줄뿐 큰 의미가 없어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노인수발보험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가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충분한 장기요양보호시설을 갖추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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