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전 ‘해방일기’ 쓰는 역사학자 김기협(61)씨
65년전 ‘해방일기’ 쓰는 역사학자 김기협(61)씨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27 11:46
  • 호수 2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증보다 상식에 의지해 역사 서술할 것”

역사학자 김기협(61)씨가 해방 직전부터 대한민국 건국 무렵까지의 역사를 세세하게 되살리는 작업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65년 전인 1945년 8월 1일의 '일기'를 시작으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해방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주 4~5회에 걸쳐 그날그날 정확히 65년 전의 일기를 써나가 2013년 8월 31일에 1948년 8월 31일의 일기로 마무리 짓는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최근 10월 29일까지의 일기를 묶어 ‘해방일기1-해방은 도둑처럼 왔던 것인가’(너머북스 펴냄)를 출간했다.

김씨는 “우리나라가 망국 이래 지금까지 제대로된 나라를 되찾는 데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난해부터 망국 100년사를 작업했는데 그것으로 충분치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시작한 김에 아예 파묻혀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일기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1945년 8월2일 포츠담회담 종료부터 시작해 원자폭탄 투하, 일본의 항복, 그리고 이승만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해방일기 1'에 수록된 일기들은 저자가 태어나기 이전의 일기임에도 자세하고 생생하다. ‘일지’가 아닌 ‘일기’의 형식이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단순히 그날 있었던 사건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처럼 정치적인 양극화가 강한 사회에서는 대개 역사학자들이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연구결과에 대해 서술할 때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실증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잘 안 하게 되죠. 이번 작업은 실증보다는 상식에 의지해서 그동안 연구자들이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던 시각들을 평론가의 입장에서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 속에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자”는 김씨의 의도가 녹아있기도 하다.

“해방공간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도 좌우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던 사람들은 제 분류기준으로는 모두 중도파입니다. 반면 극좌와 극우는 자기의 야심에 따라 폭력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라 원론적인 정치현상으로 의미가 약한 것이죠. 그런데 극좌와 극우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중도를 압박하면서 한반도에 제대로 된 정치가 펼쳐지지 못한 것입니다.”

일기 형식을 취한 것은 방대한 분량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데 유용한 형식이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한국전쟁을 일기 형식으로 생생하게 기록한 선친 김성칠(1913~1951)의 ‘역사 앞에서’의 영향도 있었다.

첫 일기에서 김씨는 “이 작업에는 아버님의 전쟁일기를 흉내내는 뜻이 들어있다”며 “아버지가 전쟁이란 상황에 맞닥뜨려서 역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힘껏 모색하셨듯이 저 역시 통상적인 서술방법으로는 한계를 느끼는 주제 앞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해방일기’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방일기 1’의 출간에 맞춰 4월 26일 선친이 남긴 ‘역사 앞에서’ 일기 원본을 모친인 이남덕 여사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던 이화여대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제 손에서 떠나보내기로 했다”며 “내용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싶은 연구자들이 누구라도 열람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방일기’는 2013년 전체 1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