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사별 후 불안감 지속된다면 ‘망상장애’ 의심해야
[전문의 칼럼] 사별 후 불안감 지속된다면 ‘망상장애’ 의심해야
  • 관리자
  • 승인 2011.05.13 14:32
  • 호수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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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 서울시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과장

1년 전 사별한 김모(73세·여) 어르신은 평생을 의지해왔던 남편을 먼저 보낸 탓인지 평소와 달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안심을 못한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남들이 자신에 대해 안좋게 수군거린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해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도 ‘독’이 섞인 것이라며 회피한다.

이처럼 평소와 달리 불안감을 느끼며, 평소의 성격으로 설명되지 않는 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망상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망상장애는 배우자의 죽음, 실직, 은퇴, 사회적 고립, 경제적 곤란, 회복하기 어려운 내과적 질환, 시력장애, 청각장애 등의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발생하기 쉬우며, 알코올 장애, 정신분열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치매 등에서도 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망상장애가 가장 빈번하게 발병하는 연령은 25~45세이지만 노년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후기발병 정신분열병 환자들과는 달리 환각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으며, 기이한 망상, 사고장애, 음성적 증상, 기능의 황폐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망상은 △색정형(다른 사람과의 특별한 사랑의 관계에 있다는 망상으로, 대개는 유명인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 나타난다) △과대형(자신이 특별한 힘과 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힘 있는 사람 또는 인물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 △질투형(성적 파트너가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망상) △피해형(자신이 위협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망상) △신체형(신체적 질병이나 기형을 갖고 있다는 망상) 등의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망상장애는 다양한 내용을 나타낼 수 있으나 피해망상을 위주로 하는 체계적인 망상이 가장 흔하다. 흔히 ‘의부증’ ‘의처증’으로 표현되는 애정관련 망상이 환자 본인과 가족을 괴롭히는 경우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노년기 망상은 단순한 망상장애가 아닌 치매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나 망상, 성격변화 등의 증상이 먼저 생기고, 이후 기억력 저하가 동반돼 뒤늦게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망상장애로 인해 초조증세를 심하게 호소할 경우 항정신병제를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망상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은 함부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치료,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가 망상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잘 이해해줌으로써 치료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 망상 자체보다는 환자의 부정적 자기개념과 낮은 자존감 등 망상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까지 지지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청각이나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보청기나 교정렌즈를 사용하도록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대인관계 증진을 위한 웃음요법, 미술요법 등 사회재활 프로그램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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