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고령사회 주인공… 사회 책임지는 노인상 정립해야”
“노인은 고령사회 주인공… 사회 책임지는 노인상 정립해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21 09:18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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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심 대한노인회장,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CEO세미나 강연
이 심 대한노인회장이 5월 19일 오전 7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이 마련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CEO세미나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을 주제로 새로운 노인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심 회장은 “노인들은 그 어떤 박물관보다 더 가치 있는 경험과 지혜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며“노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노인들 스스로 사회를 책임진다는 인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CEO세미나는 매주 목요일 국내 주요 경영자 및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경영, 경제, 정치, 사회, 과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에 대해 전직 대통령 등 대한민국 최고의 지도자들을 초청, 대화하는 자리다. CEO세미나는 1975년 창립 이래 매주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모임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며, 이 심 회장은 1692회째 강연을 맡았다. 이 심 회장의 강연내용을 정리했다.


▲“노인은 사회를 이끄는 독립적 존재”

이 심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노인 정체성 회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노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늙고 병들고 힘없는 존재가 노인이라는 인식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과거 노인들의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라며 “노인 연령기준이나 복지의 형태를 논하기 전에 노인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타난 노인의 이미지가 허리가 굽고, 건강하지 않으며, 가난해서 불쌍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많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심 회장은 “노인의 정체성 회복과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노인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년세대의 증가를 문제시하고,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삼아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없어져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 노인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심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G20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갖는 의미를 통해 노인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가 주목했던 G20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대한민국의 위상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위상 또한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며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나라가 50년 만에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들이 흘린 피와 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나라를 누가 이만큼 성장시켰는지 생각해본다면 노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며 “건강한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노인은 더 이상 부양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이끄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심 회장은 “노인의 잠재적 생산력은 중요한 사회·경제적 자원이 된다. 인구의 20%가 노인이 되는 2020년에는 노인인력의 활용이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老松, 老酒, 老鋪가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것처럼 노인들도 삶의 연륜과 경험, 가능성과 미래경쟁력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노인 스스로 의식개혁을 이뤄야 한다”

이 심 회장은 사회적 인식변화와 함께 노인 스스로의 의식변화도 강조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스스로 나이든 것을 부끄러워한다. 당당하게 노인이라고 밝히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삶의 경륜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노인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되자는 것은 노인들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우리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당면한 과제들을 노인이 주체가 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 심 회장이 펼치고 있는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노인들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 사회의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창조적이면서 능동적인 노인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인 스스로 의식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이 심 회장의 주장이다.

이 심 회장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일하는 능동적 노인상을 구현하기 위해 대한노인회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제주도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자랑스런 한국의 유산과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역사적 선물을 후대에 남기는 것이야 말로 노인들이 앞장서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노인들은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노인이 갖고 있는 것은 그 어떤 박물관보다 큰 가치와 재산”이라며 “노인들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재산과 노하우를 후대에 잘 전수하는 것도 노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 심 회장은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이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변화되지 않고 고립된 노인들 때문이다. 부를 쥐고 있는 노인들이 호주머니에 돈을 감추고 풀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을 거울삼아 우리나라에서는 제2의 새마을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주축이 돼 고령사회를 대비하고,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경로당은 대한민국 노인복지의 산실”

이 심 회장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보물’로 ‘경로당’을 꼽았다.

그는 “경로당의 모태가 되는 사랑방은 배고픈 사람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던 ‘자선의 장’,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만남의 장’, 후손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 마을과 지역의 다툼을 해결하는 ‘화해의 장’이었다”며 “대한노인회는 과거 사랑방에서 어른들이 담당했던 역할을 경로당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6만여개의 경로당을 중심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비롯해 노인자살예방, 우범지대 순찰 및 어린이 안전 강화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심 회장은 현대사회에서 경로당이 갖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재해석, 참석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

그는 첫째, 경로당이 갈등해소를 위한 공동체적 공간이란 점을 강조했다. 국가가 갈등해소를 위해 수백조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전국 경로당을 통한 화합과 소통의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고 순기능을 발휘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마을과 가족간 갈등을 해소하는 곳도 경로당이요, 노인들의 자살을 방지하고 무너진 전통을 살리는 곳도 경로당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경로당은 노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란 점이다. 이 심 회장은 “13조원에 달하는 의료비 중 30% 이상을 노인이 사용하고 있다”며 “경로당에 체육시설을 확충하거나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을 개설, 활용하면 의료비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셋째, 경로당을 통해 ‘집단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집단적 복지를 통해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만족도는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심 회장은 “OECD국가 중 노인자살률과 빈곤률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데 반해 복지수준은 가장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전체예산의 10% 이상을 노인복지를 위해 지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기준 노인복지예산이 3조1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59%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 곳곳에 위치한 경로당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건강 허락하는 한 노인에게 은퇴는 없다”

이 심 회장은 2010년 2월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한 이래 ‘부양만 받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라는 새로운 노인비전을 선포하고, “일과 자원봉사를 통해 적극 사회에 참여하는 노인, 어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노인,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노인이 되자”며 ‘노인 문화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노인회지원법’ 제정을 이끌어 중앙회를 비롯해 전국 16개 시도연합회, 245개 시군구지회, 2005개 읍면동 분회, 6만여개의 경로당으로 조직된 대한노인회가 법적지원을 받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심 회장은 “대한노인회지원법은 대한노인회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540만 노인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노인단체로서 노인복지와 권익증진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라는 국민적 지지와 염원의 결실”이라며 “대한노인회가 더욱 막중한 임무와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한노인회가 5월 2일 개최한 ‘사회원로 체육대회’는 대한민국 각계를 이끌고 있는 사회지도층 원로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을 돕자는 뜻을 모은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이번 체육대회를 통해 모인 성금으로 쪽방촌 홀몸노인 2000명에게 위로잔치와 식사대접을 벌여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심 회장은 “노인들이 해야 할 일은 가진 것을 나누면서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후배들을 키우고, 봉사와 일을 통해 노후를 가꿔 나가는 노인들의 삶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사회원로 체육대회는 정치적 이념이 배제된 사회 원로들의 화합의 장이었다”며 “지금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든 주인공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줬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지성 선수가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69)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은퇴는 보다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늙어서 은퇴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은퇴하기에 너무 늙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은퇴는 없을 것이다. 사회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540만 노인들에게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는 결코 없을 것이다.”

글=안종호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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