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랑 다룬 ‘그대를 사랑합니다’ 흥행 비결은?
노인사랑 다룬 ‘그대를 사랑합니다’ 흥행 비결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5.24 16:18
  • 호수 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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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원작+농익은 연기+애절한 사랑+감동…4박자 갖춰

최근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노인을 주제로 한 문화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영화관람의 비주류였던 노년층이 ‘그대사’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가 하면 젊은층도 노인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는 등 ‘노인영화=흥행 참패’라는 영화계의 편견을 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화 ‘그대사’는 인생 황혼기를 맞은 두 노인 커플의 아름답고도 절절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우유배달부 김만석(이순재)과 파지 수거로 생계를 잇는 송씨(윤소정)의 잔잔한 사랑과 치매에 걸린 아내(김수미)를 자상하게 돌보는 장군봉(송재호) 부부의 애뜻한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그대사’는 2월 17일 개봉 후 5월 24일 현재까지 관람객 164만7000명을 넘어섰다.

화려한 볼거리와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꾸며진 영화 시장 속에서 노인들의 애잔한 사랑을 내세운 데다 매우 단조롭고 소박하기만 한 영화가 165만명의 관객을 동원,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영화가 ‘대박’을 터트리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탄탄한 원작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인터넷 만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 풀의 동명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동명의 원작 만화는 지난 2007년 도서로 발간돼 15만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한데 이어 2008년에는 연극으로 관객을 찾았다. 연극은 3년간 17개 도시를 돌며 좌석 점유율 90%라는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원작이 탄탄하다고 해서 모두 흥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강 풀씨의 여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작품들은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만화가 갖는 묘미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사’가 흥행에 성공을 거둔 데는 베테랑급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한몫을 하고 있다. 영화는 이순재·윤소정·송재호·김수미 등 국가대표급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제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배우들에게서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현한 이순재씨 역시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인기비결을 노인 네 명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꼽은 바 있다.

이순재씨는 “왕왕 보면 배우가 전부 다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슬픈 것도 혼자 다 슬프고 재밌는 것도 혼자 다 재밌어 하면 관객의 몫이 없어진다”면서 “과장하지 않고 연기를 절제해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대사’의 묘미는 역시 노인들의 애절한 사랑 그 자체다.
영화 중 새벽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이순재)은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송씨(윤소정)를 만난 후 달라졌다. 만석은 자신도 모르게 ‘송씨’를 생각하면 자꾸 설레고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녀에게 모든 걸 해주고 싶은 최고의 로맨티스트로 점점 변해갔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하는 감정은 젊은이와 다를 것이 없다.

영화는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현실적인 잣대가 아닌 판타지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현실 속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면 큰 감동은 얻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대사’의 추창민 감독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로맨스는 판타지다. 현실이 되는 순간, 로맨스는 사라진다. 영화에서 이순재씨는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웃겨도 주는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바람둥이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판타지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감동 없는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 이순재씨는 “연극이나 영화, TV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동이에요. 생활에서 느끼는 공감대가 있어야죠. 픽션이 너무 강해서 작위적인 건 보기엔 화려해도 심금을 울리는 감동은 없어요. 이 영화는 단조롭지만, 요소요소에 감동을 촉발하는 휴머니즘이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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