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목포 선진지 견학을 마치고
[기고]목포 선진지 견학을 마치고
  • 관리자
  • 승인 2011.06.03 17:12
  • 호수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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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선 순천 남흥경로당 회장

 전라남도 순천시 남제동 남흥경로당과 남극부인경로당 회원들이 좁은 경로당 마당을 벗어나 드넓은 목포항에서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5월 14일 거가대교를 비롯해 신안군 꽃박람회, 변산반도 및 채석장 일대의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것.

선진지 견학은 기술이나 경영이 앞선 지역을 실제로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인근에 위치한 두 경로당이 상호간의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며 우의를 다졌던 보람된 시간이었다.

견학 하루 전날부터 회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로당에 모여 손수 음식을 만들고, 과일과 음료, 간식 등을 챙겼다. 소풍가기 전 날 설레는 마음으로 잠 못 이뤘던 학창시절처럼 잠을 설쳤던 회원들도 많았다.

선진지 견학 당일. 이른 아침부터 회원들이 경로당을 가득 매웠다. 출발인원은 40여명. 각자의 이름표를 목에 걸고, 관광버스에 오르는 회원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출발 전 사회의 어른으로서 관광지와 견학장소에서 질서와 품위를 지켜줄 것을 강조했다. 우렁찬 박수와 환호소리와 함께 버스는 첫 목적지인 영암의 왕인박사유적지로 향했다.

왕인박사는 백제 17대 아신왕때 일본으로 건너가 기술, 공예, 가요를 창시하는 등 일본 아즈카문화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왕인박사유적지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된 곳으로 월출산 국립공원의 서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왕인박사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그의 자취를 복원해 유적지로 개발해 놓았다.

왕인박사의 상징 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았다. 2008년에 세워진 천인천자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명사 1000명이 각자 육필로 쓴 천자문을 영암의 석공이 돌에 새겨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 왕인 박사의 업적과 당시 백제 문화를 설명해주는 영월관을 둘러봤다.

또 왕인박사의 일대기를 형상화한 돌석고판 ‘부조’, 왕인박사의 탄생지, 그가 즐겨 마셨다고 전해오는 성천(聖泉), 그의 위령비 등을 관람했다. 월출산 중턱에는 그가 공부했다고 전해오는 책들과 옛 서당인 ‘문산재’,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던 ‘양산재’ 등이 있었다.

다음 견학지는 전남도청이었다. ‘아는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신조 아래 회원들은 도청의 구석구석 돌며 각급 기관의 역할에 대해 배웠다. 경로당을 벗어나본 적 없던 평균나이 80세의 노인들이 짧은 견학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걱정하는 자리에 서 있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금상산도 식후경. 목포 특산물인 광어회로 바다의 향을 머금은 우리들은 다음 목적지인 해양유물전시관으로 향했다. 거친 바다와 겨루며 항해하다 끝내 수장되고 만 난파선과 그 유물들이 수백년 세월을 뛰어넘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부러진 수저와 깨진 밥그릇들, 그리고 삭아 문드러진 갑판 나무판자엔 선원과 그 가족의 눈물이 묻어 있었다. 캄캄한 바다 밑에서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한 서린 유물들이다. 배와 화물, 뱃사람들의 생활용품, 눈부시게 아름다운 공예품, 무역상들의 거래 내역 등이 생생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바다를 토대로 살아온 뱃사람들의 문화와 삶,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이어 목포시 용해동 갓바위에 위치한 남농기념관에서는 운림산방의 3대 화가인 소치(小癡) 허유(許維), 미산(米山) 허영(許瑩), 남농(南農) 허건(許健)의 작품을 비롯해 가야·신라·조선시대의 토기와 도자기,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 등을 관람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선진지견학 여정동안 40여명의 회원들은 피곤한 기색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애썼다. 이제 우리의 시야가 넓어진 만큼 달라진 노인의 위상을 보여줘야 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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