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인생 100세 시대’에 대한 두려움
[금요칼럼] ‘인생 100세 시대’에 대한 두려움
  • 관리자
  • 승인 2011.07.01 16:35
  • 호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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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요즘 거리를 걸어보면 그 전에는 미처 못 보던 두 가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인데,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앞을 보지 않고 걷는 통에 자칫하면 다른 보행자와 부딪칠 뻔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중도덕을 모르는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정보화시대의 현상이다. 길을 걸으면서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즐거움은 본인 밖에는 모를 것이다.

다른 한 가지 길거리 풍경은 노인세대의 모습이다. 몸이 불편해서 허리가 굽거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한국사회의 노령화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하게 진행되므로 해가 바뀔수록 길거리에는 보행에 불편한 노인들의 수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노인인구 증가 추세는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현재 고령화사회(65세 인구비율 7%)인 한국은 2018년에는 고령사회(14%)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9%)로 진입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추세라면, 문제는 앞으로 초고령노인들이 수명 연장에 걸맞게 어떻게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느냐에 있다. 아무리 인생 100세의 시대가 오더라도 초고령노인이 병석에 누워서 세월을 보내거나 가난에 쪼들린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런 장수시대는 오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인생 100세 시대가 열려 수명이 연장된 초고령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살기 어려운 경우가 되면, 이미 고령자가 되어버린 60대 자식부부가 초고령 부모를 봉양하고 병수발을 드는 이른바 ‘노노(老老)케어’가 불가피하게 된다.

고령자인 자식이 특별히 효성이 깊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부모 봉양이 부담이 되어 갈등이 생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학대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금도 노인들이 젊은 자식들과 같이 살기 보다는 홀가분하게 따로 살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초고령사회가 와서 노인이 된 자식들-그들도 더 이상 현역이 아니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지 않다-의 돌봄을 받게되면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외국어대 박명호 교수팀이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주 비관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40.1%가 100세 시대를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은 100세 시대를 앞두고 국민들은 초고령자가 되는 경우 건강과 생활비, 일자리 순으로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에 대한 국가적 대비 수준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3.2%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은 빈곤층 노인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고 노인자살률 역시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수명만 연장된다면 노인층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원래 인생 100세 시대를 국가적 과제로 던진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 인생 100세를 기준으로 사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밝힌 다음 “모든 국가정책의 틀도 이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5월,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인복지정책의 기조를 이에 맞도록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작업팀을 만들었다. 100세 시대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노인연금제도의 개선, 정년퇴직자의 재취업, 의료제도 개선 등을 비롯한 새로운 노인복지제도를 마련하도록 충분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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