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어르신 미팅 이벤트 위주 행사는 그만”
“홀몸 어르신 미팅 이벤트 위주 행사는 그만”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7.06 13:50
  • 호수 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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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제 서툰 노년층 봉사·여가생활 통한 만남 유도해야

최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늘면서 이성 친구를 찾아주는 이른바 ‘황혼미팅’ 행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홀로된 노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노인관련 단체는 물론 지자체도 주력 사업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

하지만 공개적인 만남의 장이 마련되더라도 당초 예상과 달리 어르신들의 참여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이는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이 존재하고 있는데다 자녀 또는 친구 등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대부분의 미팅이 이벤트 위주의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보니 이성과의 만남이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의 부담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홀로된 노인들을 위한 만남의 장은 최근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다. 부산 어진샘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199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2차례씩 독신노인들의 미팅을 주선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7월 6일 만 55세 이상 남녀 10쌍을 모집해 ‘어진샘 실버미팅데이’ 행사를 마련, 어르신들의 건전한 만남을 유도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도 지난해 10월부터 독신 노인들을 위한 ‘황혼미팅’을 실시해왔다. 올해는 지난 4월 서울을 시작으로 충북(5월), 광주(7월) 등 4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인천시는 지난 3월에 이어 오는 10월 홀로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합독맞선'을 마련한다. 합독행사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애민(愛民)편의 “목민관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의 ‘합독’(合獨)에 착안해 마련됐다.

지난 3월 개최된 합독맞선은 인천시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남녀 각각 50명이 참가해 공연 관람은 물론 친밀감 형성을 위한 대화와 오락 시간으로 진행됐다. 또 참가자들은 월미도 유람선을 타고 선상 관광과 커플 맺기 행사도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는 26쌍의 커플이 맺어졌다. 인천시는 오는 10월 개최될 합독맞선 참가자를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032-457-5300)과 지역 노인복지관, 노인문화센터 등을 통해 신청 받고 있다.

이처럼 홀몸 노인들의 이성교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공개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단체나 기관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어르신들의 이성교제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참여율이 저조한데다 행사 후 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친다.

특히 남성노인에 비해 여성노인의 참여율이 높아 성비를 맞추지 못해 맞선 행사가 최소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는 여성노인 인구가 남성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나이가 들면서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주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유가 된다. 반면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팅에 나오는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정신숙 고령화대책팀장은 “노후를 외롭지 않게 보내기 위해 본인이 직접 미팅을 신청하는 경우가 다수지만 주위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 당일 포기하는 어르신들도 있다”며 “하지만 자녀들이 직접 신청해 참여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아 자녀들의 인식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홀몸 노인들의 건전한 만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벤트 위주의 일회성 행사보다는 봉사나 여가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한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는 “이성교제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젊은이들의 방식을 도입한 이벤트 위주의 일회성 행사는 어르신들이 상대방을 알아가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라며 “봉사나 여가 등의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한 ‘교제 연습’을 갖고, 서로가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는 만남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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