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 사라지는 이산가족 1세대…“시간이 없다”
[쉽게 읽는 이슈이슈] 사라지는 이산가족 1세대…“시간이 없다”
  • 관리자
  • 승인 2011.10.07 15:32
  • 호수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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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매년 100명씩 만나도 전원 재회에 800년 이상 소요
남북 이산가족 1세대들에게는 더는 기다릴 시간도, 기력도 남아 있지 않다. 성인이 돼 생이별의 아픔을 경험한 이들은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이 지나면서 최소 80대 많으면 90대의 고령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산가족의 고통해소는 남북이 통일해야 하는 당위성에서 최우선 이슈다. 혈육상봉의 비원을 풀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는 이산가족 1세대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실상 통일의 동력이 줄어드는 것과 다름 아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이로 인해 국민적인 관심도 점차 사그라지면서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8만여명 생존… 연간 4천여명 사망

1988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상봉을 신청한 이산 1세대는 총 12만8615명이지만 이중 3분의 1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총 신청자 중 생존자는 8만708명으로 나머지 4만7907명이 북에 두고온 가족을 기다리다 유명을 달리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최근 7∼8년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인 중 연간 사망자가 4000명에 육박한다는 데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구상찬(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4∼2010년 상봉 신청인 중 사망자는 연평균 3785명이었다.

생존자 중 80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04년 22.7%였으나 2011년 7월 현재 43.6%로 증가해 이산가족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가족정보시스템에 등록된 90세 이상 신청인도 2004년 2248명에서 2011년 7월 현재 5320명으로 급증했다.

앞으로 4∼5년만 지나면 생존자 중 상당수가 유명을 달리할 것으로 우려돼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 이산 1세대를 포함해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북으로 나뉘어 생이별한 이산가족은 넓게 보면 남북을 통틀어 100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족을 적극적으로 찾을 상황이 아니어서 신청은 못했지만 넓게 보면 남한 인구 넷 중 하나가 이산 혹은 실향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산가족 지원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1000만이란 상징성을 부각시켜 단체 이름을 지었고 연례 기념행사 역시 ‘일천만 이산가족의 날’이란 이름으로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본질은 인권으로서의 가족권 실현

이산가족 문제는 단순한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천부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

헤어진 가족이 재회하고 재결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넓게 보면 인간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요구가 인위적으로 가로막혔다면 이는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다. 가장 신성하고도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이산가족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자 이른바 ‘가족권’(family rights)의 실현 문제인 것이다.

가족의 형성권과 가족 구성원 간의 재회 및 재결합권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 등 국제인권법 문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모든 국가는 국내법 및 국제법적으로 이산가족의 재회 및 상호연락, 고향에 돌아갈 권리를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며 가족권 행사를 방해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국가가 이산가족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40년간 2천명만 상봉

역대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물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 40여년간 열린 150여 차례 상봉으로 북측 가족을 만난 인원은 2000여명에 불과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 전까지 총 16번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되면서 이산가족 교류 정례화의 기반이 마련되는 듯했으나 2008년 당국 간 교류가 중단되면서 이산가족 교류도 큰 타격을 받았다.

재작년과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서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올해 추석 때는 상봉이 무산됐다.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이산가족의 규모가 남북 각각 100명씩 정도로 너무 제한돼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70대 이상 고령자가 매년 100명씩 만난다고 해도 모두 만나려면 800년 이상이 걸린다.

더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남북 이산가족들은 지난 5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내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사안은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했으나 북측은 대규모 쌀과 비료 지원을 반대급부로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1세대들이 속속 세상을 떠나면서 국민적인 관심도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이산가족협의회의 심구섭 회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5∼6년만 지나면 국민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질 것”이라면서 “차차기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은 이제 이산가족 문제를 대선공약으로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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