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간호사 임종 지킴이 김인선(60)씨
호스피스 경험담 묶어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출간
파독 광부·간호사 임종 지킴이 김인선(60)씨
호스피스 경험담 묶어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출간
  • 연합
  • 승인 2011.10.14 13:33
  • 호수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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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떠나 낯선 땅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험난한 삶을 살아온 지 40여년. 망향의 한에 마지막 생명의 끈을 놓는 순간까지 주체 없는 눈물이 쏟아졌지만 동족의 보살핌에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다.

독일 베를린의 자원봉사단체인 ‘동행 이종문화간의 호스피스’(이하 동행) 대표 김인선(60·여)씨. 그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간 광부·간호사들을 편안한 죽음으로 이끄는 헌신의 삶을 살고 있다(본지 제226호 보도).

지난 2005년 자신이 가진 전 재산 5만 유로(한화 약 7900만원)를 털어 동행을 창설한 뒤 파독 광부·간호사 150여명의 임종을 지켜왔다. 지금은 자원봉사자 150여명의 도움을 얻어 동아시아 이민자들로 호스피스 대상을 확대했다.

동병상련일까. 김씨도 파독 광부·간호사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할머니 슬하에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김씨는 22세 때인 1972년 독일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찾아 베를린으로 갔다.

그러나 유엔 직원이던 독일인 계부가 어머니와 함께 아프리카 장기 근무를 떠나면서 김씨는 낯선 이국땅에 홀로 남겨지게 됐다.

다행히 현지 가톨릭교회의 도움으로 수녀들과 생활하며 간호학을 공부했다. 이후 베를린, 본 등지에서 35년간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외로운 삶을 쉽게 목도할 수 있었고, 이혼 등으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 활동에 뛰어들었다.

2009년에는 유방암이 발견돼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임종을 앞둔 외로운 영혼들을 보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씨는 최근 그간의 호스피스 경험담을 묶은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서울문화사, 1만3000원)을 출간, 10월 13일 오후 서울 신문로 각당복지재단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파독 광부·간호사 10명과 동남아 이민자 20명이 이국땅에서 겪어온 삶의 이야기와 생의 마지막 순간이 이 책에 담겨있다.

김씨는 “지금까지는 환자의 집을 찾아가 호스피스 활동을 했지만 앞으로는 복지관을 베를린에 세워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책을 출간하게 됐다”며 “판매 수익금은 복지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임종 순간까지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하거나 자식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아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 책은 1960~1970년대 산업역군으로 독일로 왔다가 미처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록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간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죽음에 대한 철학도 털어놓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웃으면서 ‘잘 있어’라고 말한 뒤 떠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란 것이다.

그는 책 제목 그대로 자신에게 단 하루의 생이 남겨지게 된다면 “나와 감정이 안 좋았던 사람과 만나 화해할 것”이라면서 “말 한마디로 가슴 아프게 하고, 작은 오해로 싸운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한 오늘 안으로 화해를 하라”고 당부했다.

독신으로 ‘독일 호스피스의 대모’라는 칭호를 얻은 김씨는 2008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베를린시청이 선정한 ‘베를린의 얼굴 204인’에 포함됐다.

또 국내에서도 삼성문화재단의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과 외교통상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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