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주간·경로의 달 특별기획]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③
[노인주간·경로의 달 특별기획]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③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0.21 15:22
  • 호수 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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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문화 이해하면 높고 두터운 대화 장벽도‘스르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휴대폰 하나로 모든 일상을 해결하는 문화는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들의 언어도 알아듣기 힘들다.‘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낀다’고 할 정도로 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손자손녀세대와 대화하고 소통하려면 젊은 세대의 달라진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백세시대은 10월 노인주간 및 경로의 달을 맞아‘손자손녀세대 문화를 이해합시다’를 기획연재한다. 이번 호에는 연재 마지막 순서로 신세대의 변화된 가치관과 관심사를 통한 대화 방법에 대해 단계별로 살펴본다.

 
기획연재 순서
①변화하는 세대, 변화하는 놀이·여가문화
②만남·데이트·결혼문화
③변화된 가치관 및 대화방법

 

▲[1단계]개인·디지털 중심의 문화 이해하기

신세대를 바로 알려면, 이들이 자라 온 환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일제강점기와 남북전쟁, 민주주의 항쟁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며 성장했다면, 손자손녀세대들은 정치·사회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는 풍족함을 누리며 성장했다. 특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며 ‘유비쿼터스’(ubiquitous·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모든 일에서 스피드를 추구한다. 미디어 세대인 만큼 이성·논리보다는 감성·감각적인 것을 즐기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또한 조급한 성격과 사회적 무관심은 공통된 특징으로 꼽힌다. 대신 독립적이고, 자신의 의사표현에 솔직하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를 ‘나’(Na) 세대라 부른다. ‘나’세대란 이름이 갖는 개인적이고 디지털 중심적인 문화현상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대화의 첫걸음이 된다.

▲[2단계]욕망·자유·개성 추구 가치관 인정하기

신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무엇일까. 우선 이들은 ‘욕망’과 ‘자유’를 중시한다. ‘나’세대는 기성세대가 누려보지 못한 자본주의적 풍요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세대로서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세대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자본주의적 풍요와 자유를 향유하고 선호한다. 따라서 이들 세대는 자본주의적 풍요와 문화가 약속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적 욕망과 자유를 중시한다. 이들의 부모세대가 먹고 사는 생존적인 욕구에 관심을 보였다면 이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그보다 높은 즐거움을 추구하며 욕구충족의 자유를 누리려는 세대다. 결국 이들은 현대적 자본주의의 개념에 꼭 들어맞는 세대인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적 풍요에 길들여진 이들은 기성세대의 획일적 문화에 반대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들은 획일성에 길들여지지 않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려 애쓴다. 따라서 집단성보다는 개체성을,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객관보다는 주관을, 명상과 사유보다는 표현과 행동을 선호하는 특징을 갖게 된다. 이들이 지닌 강한 주관과 자기표현 등은 신세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신세대는 철저하게 자기를 지키고, 자기를 추구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다. 이 확고한 자기의식이 때로는 개성으로, 권위에 대한 선별적 복종으로, 개인주의로, 부단한 자기개발로, 창조적인 사고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자기의식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이기주의나 무책임, 가치관의 부재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가진 유교적 관점에서 신세대들의 가치관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해서는 세대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 서로의 문화적·환경적 차이를 인정하고, 다른 시각으로 이들의 문화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단계] 대화 전 연령별 관심사 파악하기

어르신들과 비교해 성장 환경과 문화적 차이가 큰 손자손녀세대의 특징과 가치관을 이해했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일만 남았다. 우선, 손자손녀와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만드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이야기나 꺼낸다면 어렵게 시도한 대화가 금세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연령별 관심분야를 파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중요하다. 손자손녀의 연령에 맞춰 공통 관심사 한 두 개 정도를 미리 파악해 두면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0대부터 30대까지 연령대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인터넷 카페 유형을 기준으로 주요 관심사를 알아본다.

▷10대, ‘아이돌스타’ ‘인터넷 소설’에 열광

10대들의 두드러진 관심사는 ‘연예인’이다. 지난해 온라인 포털 ‘다음’(daum)이 실시한 ‘연령별 인기 카페’ 분석 결과, 10대 회원이 많은 10개의 카페 중 4개가 연예인과 관련된 주제였다. 특히 이중 3개의 카페가 아이돌 그룹(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의 팬클럽이었다. 손자손녀들과 대화를 처음 시도한다면 ‘아이돌스타’만큼 좋은 주제가 없다. 즉각적이고 열광적인 반응이 되돌아 올 것이다. 주의할 점은 손자손녀가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자신이 싫어하는 아이돌그룹을 언급했을 때,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요즘 10대들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연예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이돌그룹 팬클럽을 제치고 최대 관심사로 꼽힌 것이 ‘인터넷소설’이다. 스스로 창작 소설을 올리고 네티즌에게 평가를 받는 1위 카페는 40만명의 10대 회원이 가입해 있다. 소설의 주제는 중고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여학생들이 주로 찾고 있다. 이밖에도 20대의 주요 관심사인 다이어트와 패션·미용에 이미 관심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손녀에게는 인터넷소설이나 다이어트, 패션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20대, ‘패션’ ‘취업’에 집중

20대의 주요 관심사는 패션이다. 20대 손자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유행패션’과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하의실종 패션’이 유행하며 다리를 부각시키는 짧은 바지가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20대의 인기카페 상위 10개 중 절반이 패션과 외식 등 생활에 관련된 클럽이었다. 최근에는 성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대 손자손녀와 대화하려면 이들의 패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외모나 옷차림을 기억했다가 대화의 소재로 삼거나 옷 입는 스타일을 칭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외에도 ‘7급 공무원 준비’와 같은 수험카페, ‘증권정보채널’ 같은 재테크 카페 등 취업과 미래를 위한 카페도 인기다. 대학 졸업 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연령대라는 점을 감안해 현실적인 주제로 대화를 풀어가는 것도 효과적이다.

▷30대, ‘결혼’ ‘육아’가 최대 관심사

30대는 결혼과 육아 정보가 인기다. 이들에게 인기 있는 카페를 분석한 결과, 10개 중 4개가 결혼, 육아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30대는 임신·출산 정보를 비롯해 결혼 준비, 재테크, 맞벌이 부부의 생활법 등 결혼과 육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카페를 통해 나누고 있다. 30대의 손자손녀와 대화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배우자와 아이들의 안부로 시작해 관심을 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혼기가 차고도 미혼인 손자손녀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자존심을 건드려 대화가 단절될 수도 있다. <끝>

알아두면 좋은 신세대 용어

신세대들은 자신만의 용어로 친근감을 표시한다. 특히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며 쓰는 줄임말들을 일상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손자손녀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그들만의 언어를 익혀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 (뜻풀이.“어르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예”)

-깜놀(깜짝 놀라다.“엄마 화내니까 깜놀했지?”)
-원츄(원하다.“잡채 원츄해”“용돈 원츄하니?”)
-훈남(훈훈한 느낌의 좋은 남자.“남자친구 아주 훈남이던걸”)
-완소(완전 소중한.“우리 완소 손자 왔어”)
-안습(안구에 눈물이 맺힌다. 애처롭거나 안타까울 때 사용. “우리 손녀 다 떨어진 운동화 보니까 안습인걸”)
-지름신(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신. 쇼핑충동을 느낄 때 사용. “우리 손자 지름신 강림해서 새 옷 샀구나. 예쁘다”)
-썩소(썩은 미소. 비웃거나 억지웃음을 지을 때 표현하는 단어. “할머니 이야기할 때 썩소는 금지다”)
-귀요미(귀여운 이미지를 가진 사람. 귀염둥이를 표현할 때 사용.“우리 귀요미 손주 왔어”)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뛰어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존재.
“우리 손주가 이승기보다 더 엄친아구나”)
-열공(열심히 공부해라.“앞으로 열공하렴”)
-샤방샤방(화사하고 밝게 빛나는 모양.“기분이 샤방샤방하다”“옷이 샤방샤방하다”)
-강추(강력 추천.“요즘 강추하는 영화보러 갈까?”“그 옷 아주 강추하더라”)
-레알(영어 real을 발음 그대로 표현한 용어.‘매우’‘진짜’의 뜻보다 더 강조할 때 사용. “손주랑 같이 돈까스 먹으니까 레알 맛있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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