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120여명 장학금… 변함없는 제자사랑
4년간 120여명 장학금… 변함없는 제자사랑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1.04 13:42
  • 호수 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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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박은식(69) 대강장학회 이사장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 지리라.”

솔로몬 왕의 지혜가 담긴 ‘잠언’ 성경말씀에 따라 나누고 베푸는 이가 있다. 교직생활 은퇴 후 대구에서 ‘대강장학회’를 설립한 박은식(69·사진)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2008년 (사)나눔과기쁨 산하에 대강장학회를 설립하고 4년째 운영하고 있다. 대강장학회는 집안 형편 때문에 배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민간 기부단체다. 38년을 교직에 몸 담았던 박 이사장은 은퇴 후에도 변함없는 제자사랑을 실천하며 ‘장학금 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아직 작은 규모의 장학회지만 가족을 비롯한 제자, 친구 등 200여명의 회원들이 매달 정성껏 후원의 손길을 주고 있다”며 “빗방울이 모여 내천을 이루고, 내천이 모여 강을 이루듯 십시일반 모인 정성들이 그늘진 학생들에겐 큰 희망이 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런 의미를 담아 장학회의 명칭도 ‘대강’(大江)이라 지었다.
작은 후원금이 모여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큰 강이 됐을 때 그 안에는 큰 물고기, 즉 나라를 변화시킬 큰 사람이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강장학회의 후원자는 200여명. 다른 장학회와 달리 이곳은 개인 후원회원제로 운영된다. 매달 5000원에서 1·2·3·5만원 등 약정한 금액을 자동이체로 모금하는 형태다. 그렇게 연간 모이는 돈은 1500만~1600만원. 이를 통해 지금까지 소년소녀가장, 탈북자자녀 등 불우한 학생 120여명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다.

“비록 나이 때문에 교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교육에 목말라 있는 청소년들에게 나눔과 봉사의 가치를 몸소 가르치며 또 다른 교육자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만큼 보람되고 아름다운 노후가 어디 있겠는가. 장학회를 운영하면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기쁘고, 나누는 것이 쌓아 두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웃음).”

박 이사장이 가진 변함없는 교육 열정과 나눔에 대한 신념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가 장로로 소속된 대구영남교회에서는 목사, 성도 등이 뜻을 모아 연간 400만원 이상의 기금을 후원하고 있다. 또 38년간 키워 온 수많은 제자들과 교장 출신 동료들이 대강장학회의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한 지역 농민(강정만씨)이 백미 200kg과 포도 80kg을 보내와 지역 소년소녀가장과 홀몸어르신들께 나눠주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실천해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게 진정한 삶의 기쁨’이라고 말하는 박 이사장. 최근 그는 또 다른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교사 경력을 살려 청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효·건강관리에 대한 무료 강의를 펼치고 있는 것. 벌써 대구지역에 입소문이 나서 100차례가 넘는 강의를 펼쳤다. 물론 강의료는 전액 장학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그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 대구 경북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매주 금요일 홀몸어르신 도시락 배달봉사, 경로당 및 요양병원 발마사지·안마 봉사 등을 펼치고 있다.
그는 “교육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훈련이라면, 봉사는 교육받은 것을 나누며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발견하는 참된 가치”라며 “은퇴한 노인들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한다. 그는 매일 자신이 후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40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이다. 그는 기도를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의 나눔과 봉사의 대상이 늘어날수록 그의 기도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 박은식 이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대강장학회를 설립,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박은식 이사장(왼쪽)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강장학회

박 이사장은 은퇴 후 더욱 활기찬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대강장학회 이사장을 비롯해 바른교육 대구연합 공동상임대표와 PBS(대구기독교방송) 운영이사, 용인대 총동창회 자문위원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하지만 어딜 가든 그의 손에는 항상 장학금 후원카드가 들려 있다. 뜻을 함께 할 후원 회원이 늘어야 더 많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박 이사장의 신념 때문이다.

박은식 이사장은 현재 ‘글로벌나눔네트워크’(총재 강지원 변호사) 대구 상임대표를 맡아 11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쓰지 않는 학용품 모으기 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대구지역 450여개 초중고에서 모은 학용품을 캄보디아, 인도, 미얀마, 우간다 등 4개국에 보내기 위해서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유진선 대경대 총장의 적극적인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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