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첨단’이라는 ‘강남 시니어 플라자’에 가봤더니…
‘국내 최첨단’이라는 ‘강남 시니어 플라자’에 가봤더니…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1.18 17:06
  • 호수 29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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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해도 최고의 서비스로…”노인복지시설 새로운 기준점 마련

▲ ▲강남 시니어 플라자 전경.

국내에서 ‘최첨단 시설’이란 소문이 있었다. 그보다는 금싸라기 서울 강남 한 복판에 노인여가복지시설이 들어선다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가보았다. 무엇이 다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베일을 벗은 ‘강남 시니어 플라자’다.

‘강남 시니어 플라자’는 강남대로를 호위하듯 열 지어 웅장하게 도열하고 있는 대형빌딩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시설이나 규모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총 면적 3727㎡.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 서울시 각 자치구가 자랑하는 노인여가복지시설 중 최대 규모다. 물론 강남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한다. 강남구 이외지역 어르신들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약간의 ‘차별’은 감수해야 한다. 설립은 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했고, 운영은 사회복지법인 자광재단(이사장 정구훈)이 한다.

▲ ▲손자손녀를 맡길 수 있는 ‘아이나라 키즈룸’.

▲손자녀 돌봐주는 ‘탁아소’도 있고…
명칭이 독특하다. ‘강남구립노인복지관’ 쯤으로 생각했는데, ‘강남 시니어 플라자’라는 다소 생경한 영어식 명칭이다.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을 복지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로 한정 짓던 기존 ‘노인복지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명칭을 썼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선도적 노인문화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니어 플라자’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다.
시작이 반이라고, 절반은 성공한 듯하다. 지난 10월 문을 열었고, 11월 11일 개관식을 가졌는데,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2200여명에 달한다.

차별화는 성공의 비결이다. ‘강남 시니어 플라자’에는 다른 복지관에는 없는 ‘탁아소’가 있다. 젊은 엄마들을 위한 곳이 아니다. 최근 젊은 자녀들이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손자손녀를 돌보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생긴 곳이다. ‘아이나라 키즈룸’(Kids Room)이란다.
어르신들은 손자·손녀를 맡겨 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보육교사 1명과 봉사자 1~2명이 상주해 손자손녀를 돌봐준다. 그것도 하루 3시간 이내는 무료다. 손자를 등에 업고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동년배를 부러운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일은 없겠다.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키즈룸은 어린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고, 역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과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다.

업무처리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별도의 사무공간도 마련했다. 컴퓨터는 기본이고, 전화기, 팩스 등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회의공간도 있다. 이 방의 이름이 재미있다. ‘개인비서실’이란다. 각종 단체나 개인 업무를 봐야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요긴하겠다.

미술작가들의 작품도 공짜로 볼 수 있다는데, 유명하지는 않아도 나름 작품성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단다. 벌써 3번째 전시다. 이중섭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유명한 작품은 아니라도 어르신들의 정신을 맑게 씻어주니 참신한 시도다.

▲ ▲어르신들이 ‘건강증진실’에서 전문 트레이너에게 1대1 체력단련법을 배우고 있다.

▲1대1 운동 트레이너도 있고…
‘건강증진실’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일정비용만 내면 젊은 트레이너가 어르신 개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는 운동과 체력단련법을 1대1로 가르쳐 준다. 다른 노인복지관에도 운동기구는 많다. 하지만 어떻게 운동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내년쯤에는 강남 시니어 플라자에서 ‘미스터코리아’ 선발대회 출전자가 서너명쯤 나올 것 같다.

그러고 보니 2013년 6월 23~27일,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노년학대회를 찾는 외국의 노년학자들이 바로 ‘강남 시니어 플라자’를 방문, 견학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제협력실’도 설치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강남 시니어 플라자의 시설은 이 지면에 함께 게재한 사진으로 가늠하자. 요즘 아이들 말로 ‘끝장’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곳에서는 강의에 앞서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당연히 출석부도 없다. 강의실 입구에 카드만 대면 출석을 자동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달았기 때문이다.

▲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아트갤러리’를 마련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 ▲어르신들이 사군자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진지한 ‘철학강의’도 들을 수 있고…
시설이나 규모만 자랑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물었다.

한 관계자는 “어르신들에게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 강사진과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며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을 비롯해 영어·일본어·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어학, 동양화, 서양화, 오카리나, 하모니카, 색소폰, 노래교실, 요가, 챠밍댄스, 원예활동 등 40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마술프로그램을 통해 3세대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족통합 프로그램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자랑할 게 얼마나 많은 것인지 숨넘어갈 것 같다.

그런데, 타지역 노인복지관은 대부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밥값으로 천 원짜리 한 두 장만 들고 가면 된다. 그와 비교하면, 강남 시니어 플라자는 조금 ‘비싼’ 유료로 운영된다. 대신, 강단에 서는 ‘선생님’도 ‘비싼’ 인사들이 초청된다.

‘철학 강좌’는 동양철학자로 유명한 기세춘씨가,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의 ‘어학강좌’는 전문 어학원인 YBM의 전문 강사진이, 전문의에게 의료 강의를 듣는 ‘명의명강’ 프로그램은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맺어 매월 2~4회 무료 진료와 강의를 진행한다. 또 KBS2 ‘남자의 자격’을 통해 유명해진 ‘요들할머니’ 유혜정씨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래판타지는 인기 강좌다. 수강료는 강좌에 따라 월 1만~3만원 선.
이지영 사회복지사는 “일정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질 높은 수업을 받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수강료를 받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지불하는 수강료의 대부분은 수업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들을 초빙하기 위한 강사비로 쓰여 진다”고 말했다.

강남 시니어 플라자는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도 적극 권장한다. 앞으로 시니어인터넷방송국을 비롯해 시니어 기자단, 실버밴드, 여행·연극·문학 등의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 ▲‘카페 마로니에’는 어르신들의 쉼터로 이용된다.

취재를 끝내고 목이 잠길 즈음, 구수한 쌍화차 냄새를 따라갔더니 1층에 자리한 시니어 카페 ‘카페 마로니에’가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들이 쉴 수 있도록 세련된 인터리어로 꾸며졌다. 커피는 물론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 십전대보탕, 양배추주수, 흑임자두부주스 등 다양한 건강 음료를 판매한다. 가격은 2000~3500원 선. 자원봉사자가 운영하지만 내년부터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전환해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할 계획이라고.

매주 2차례 시니어플라자를 방문해 사군자와 요가, 하모니카를 배우고 있는 김재명(63·논현동)씨는 “그동안 여가·문화 생활을 즐길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지역 동사무소의 문화센터에서 영어회화와 컴퓨터 등의 프로그램을 배웠었다”며 “넓고 깨끗한 시설에서 동년배들과 함께 다양한 강좌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조상옥(72·삼성2동) 어르신은 “사군자를 배우고 싶어 인근 지역 복지관을 찾아갔는데 신청자가 많아 발길을 돌렸다”며 “강남 시니어 플라자 개관소식을 듣고 사군자 강좌에 참여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글=이미정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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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기자 2011-11-28 11:34:57
프로그램 참가시 정회원을 우선 선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강남 시니어플라자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02-554-5479

안청자 2011-11-26 18:31:45
타 지역분은 약간의 차별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약간의 차별이란게 어떤것인지 궁금합니다 분당구 정자동 거주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