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 탓 말고 허리띠부터 졸라매라”
“노인 무임승차 탓 말고 허리띠부터 졸라매라”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12.05 17:10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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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전국 7개 지하철공기업 감사…방만한 운영 적발

불법·편법 만연, 폐지된 제도까지 적용 직원들 ‘돈 잔치’

앞으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자체 및 지하철 공기업들이 스스로 경영혁신을 꾀하지 않고는 적자원인을 노인무임승차에 돌릴 수 없게 됐다.

지하철 운영 지자체 및 지하철 공기업들이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적자원인에 대해 툭하면 노인무임승차를 걸고 넘어졌지만, 정작 자신들의 방만한 운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하철 공기업들은 노인무임승차가 적자원인이라며 볼멘소리를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규정을 무시한 채 직원들에게 과도한 퇴직금과 근무외수당을 지급하고 불필요한 시설비를 지출하는 등 인력과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앞으로 지하철 공기업들이 어떠한 경영혁신을 꽤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불필요한 ‘퇴직급여충당금’이 1926억원
감사원은 서울메트로 등 전국 7개 지하철공기업이 매년 수천억원의 경영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인력·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해 경영수지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어, 이들 공기업을 대상으로 예산집행의 적정성 등에 중점을 두고 감사를 실시했다고 11월 24일 밝혔다.

감사대상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대전도시철도공사 △광주도시철도공사 등 7개 공기업이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인천메트로 등 3개 기관은 규정을 위반한 채 지난 2002년 1월 폐지된 ‘퇴직금누진제’를 2000년 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계속 유지, 2003~2010년 197억원의 퇴직금을 과다지급하다 적발됐다.

특히 퇴직금누진제를 적용, 앞으로 퇴직할 재직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추가된 퇴직급여충당금도 1926억원에 달해 이들 기관의 경영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퇴직금누진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가산률을 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근무 연수가 많을수록 퇴직금을 많이 받는 제도이나 공기업 등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폐지됐다.

한국도로공사, 한국방송공사(KBS), 강원랜드 등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하철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은 모두 퇴직금누진제를 완전 폐지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인천메트로 등 3곳만 퇴직금누진제를 고집하고 있었다.
 

▲각종 명목 수당지급하다 ‘망신살’
또, 대부분의 지하철공기업은 적정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업무지원수당 및 대체유급휴가를 신설하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하다 망신살을 뻗쳤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근무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며 ‘주5일제’가 시행되자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시간외 수당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업무지원수당’을 신설, 2007~2010년 3만9713명의 직원에게 총 409억9500의 수당을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서울메트로는 이처럼 업무지원수당 신설로 총인건비 인상률이 전년대비 4.05%나 돼 추가적인 임금 보전이 불필요한데도 ‘연차유급휴가 축소(연간 45일→25일)에 따른 임금삭감분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12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기연차수당’까지 신설, 2007~2010년 3만4412의 직원에게 총 183억19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부산교통공사는 ‘특별유급휴가’ 및 ‘장기근속휴가’ 제도를 운영하다 2007년 11월 감사원으로부터 이를 폐지하라는 통보를 받자 2009년 8월, 이들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편법적으로 ‘자기계발의 날’이라는 특별유급휴가를 신설했다가 이번에 또 다시 걸렸다. 인천메트로도 3일간의 ‘효도휴가’를 폐지하는 대신 ‘사회봉사활동일’을 신설하는 편법을 썼다.
 

▲인력운영도 ‘엉터리’…수백억원 낭비
서울메트로는 승무원 인력도 부당하게 운영하다 적발됐다.

전동차 운행업무는 통상 2인1조의 형태로 근무하면서 같은 조 승무원이 휴가나 병가 등으로 유고가 발생할 경우 대기승무원으로 충당하고, 대기승무원도 없을 경우 휴무일 비번인 승무원에게 근무하게 하고 대가로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토록하고 있다. 승무원 부족으로 비번인 승무원의 대체근무가 너무 많아지면 전동차 안전운행을 저해하고, 휴일근무수당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2009년 기준, 563명의 잉여인력 중 218명만 승무원으로 전환했어도 대체근무를 해소할 수 있는데도 전원을 그대로 방치, 2010년 승무원 1인당 대체근무일이 무려 28.1일에 달했고, 최근 2년 동안 불필요한 대체근무수당 197억300만원을 지급했다.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도 국민세금이 낭비됐다.

서울메트로는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승강장 스트린도어 설치공사를 진행하고, 2009년 3월 공사대금으로 202억3400만원을 업체에 지급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도시철도 건설용역에는 부가가치세가 제외되는 데도 서울메트로는 시공업체에 부가세로 17억9000만원이나 지급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2010년 3월 폐업함에 따라 강제집행으로 회수한 금액은 6600만원에 불과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편법으로 각종 수당을 신설해 지급하는 기관은 이를 개선토록 통보하거나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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